Revolution 나는 나를 혁명합니다.

  • 홈
  • 커뮤니티
  • 레드나눔방
  • 레드칼럼

레드칼럼

레드칼럼 252 - 레드라는 자궁 속으로 들어온 하늘씨앗들

다온

338 0 18-03-25 23:07

새 학기가 되면 학교는 생동감과 묘한 긴장으로 가득합니다.새로운 식구들이 전국 어디에선가 각자의 이야기가방을 들고 레드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올해도 그렇듯 방장들과 새로 우리 방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의논하고 더욱 챙겨주어야 할 막내 1학년 선수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눕니다.<br />물론 사회성이 좋아 금방 학교생활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친구들도 있지만,낯가림이 심해 처음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 너무 자유분방하게 자라 선배와 친구, 코치할 것 없이 반말을 하며 다가오는 친구, 아직 마음은 집에 있어 레드식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친구, 관계가 서투른 친구, 외동으로 자라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한 친구들도 있습니다.<br />매일매일 코치들은 그런 선수들의 일상을 세심히 관찰하며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도와줄 방법을 궁리하고 협력합니다. <br />저는 세 번의 임신을 했고 그 중 첫 아이는 아주 건강히 자라고 있지만 두 아이는 유산을 경험했습니다.자궁에 잘 착상했다고 생각했던 아기가 어느 순간 유산이 되었을 때의사선생님은 태아에게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고 세상에 나와 버틸만한 생명이 아니어서 그런 거라고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하지만 저는 내가 더 건강하고 아이에게 적합한 자궁이 못된 것에 대해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br />요즘 레드에 입학해서 하루하루 이런 저런 일들을 만들어내며 적응해가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 레드라는 자궁에 착상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하늘씨앗들처럼 느껴집니다.<br />아직은 레드에 내려앉아 탯줄로 완전히 연결되지는 못했지만이제 조금씩 자리잡고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애잔하기도 합니다.어리광만 부리고 친구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던 Y가코치들의 코칭을 받고 성찰하는 글을 길게 쓰고 난 뒤 그동안 함부로하고 미안했던 친구들을 한명한명 불러서 울면서 사과를 합니다.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고 부산하던 B가 이제는 타인의 말을 먼저 듣고 나서 자기 말을 합니다.억지로 집을 떠났다는 생각에 움츠리고 다니던 S가 낄낄거리고 웃으며댄스파티 때 신나게 춤을 춥니다.물론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고 왔다갔다 흔들흔들할 씨앗임을 알기에이렇게 얇은 뿌리를 하나하나 내려가는 선수들의 모습이 더 귀할지도 모릅니다.<br />레드생활 9년째,나는 얼마나 굵고 든든한 탯줄로 레드와 서로에게 이어졌는지가만히 돌아봅니다.<br />생각해보면 우리는 레드라는 어느 공간에 착상했다기보다는 레드선수와 코치라는 존재들에게 서로 탯줄로 이어져서로의 영양분을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br />학교는 자궁입니다.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자궁이라는 환경 속에서 엄마의 영양분과 산소를 받아들이며 자라나는 것입니다.학교와 코치는 선수들에게 말로 성장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학교는 환경입니다.자연이라는 선생님, 공동체라는 선생님,코치라 이름붙인 아름답게 사는 좋은 어른들, 선배, 후배라 불리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커가는 동료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랍니다.<br />지식이 아닌 삶으로,결과가 아닌 과정으로,나는 얼마나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그런 자궁환경이 되어주고 있는지 매일 돌아보는 요즘입니다.<br />레드라는 자궁으로 찾아와 자리잡아준 모든 선수들많이 고맙습니다.  <br /><br />레드스쿨 헤드코치 인농 산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