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352 1 24-07-14 08:27
학교는 배우는 곳.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학생은 배우는 사람.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념들입니다. 성인과 미성년자, 부모와 자식 간에도 교사와 학생과 비슷한 관계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레드스쿨에 와서 이와 반대의 경험을 자주 겪었습니다.
저는 전자기기를 다루거나 고장난 물건 고치는 것을 잘 하지 못합니다. 여러 번 배우려고 시도했지만 원하는대로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요즘은 아예 배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전자기기를 다뤄야하거나 물건을 스스로 고쳐야 할 때는 오더라고요. 그럴 때 제가 허둥지둥 하고 있으면 이내 곁에 다가와 문제 해결을 돕는 선수들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다시 한 번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선수들을 통해 배우지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문득 생각합니다. 저는 넓은 세상의 다양한 공부 중 국어라는 공부만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많이 공부했을 뿐이고, 아이들은 누구나 다양한 분야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저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요. 아이들을 지도하고 코칭하는 자리에서 쉽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많이들 하고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문제처럼 거론이 되기도 합니다. ‘자아존중감’을 의미하는 이 자존감은 어떻게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부모님이 귀한 자녀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부담으로 작용하여 ‘부모님 없이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뛰어난 부분이 있고 미숙한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용기있게 배움을 요청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에게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돕고 도우면서 성장하며 스스로와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레드스쿨에서는 ‘함께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느리지만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을 생활 곳곳에서 배우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개인이 다양한 정보와 기기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듯합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다양한 사교육의 열풍과 AI 시장의 확대를 바라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고민을 자주 해 봅니다. 레드스쿨은 시대가 변함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인 공동체를 계속해서 가르칠 것입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해가는 우리가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 레드스쿨 오작교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