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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코치칼럼 19. 레드는 끝까지 달린다.

RED

88 0 23-10-26 08:26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고 출전한 마라톤, 선수들이 그 숨가쁘게 달리던 순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골인지점을 통과했을 때 내가 해냈다는 그 뿌듯함을 기억에 오래도록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24일, 금산인삼마라톤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마라톤이 취소되고, 비대면 마라톤으로 진행되던 행사 때문에 레드에선 참여하지 못하다가 4년여만에 대회를 출전하였습니다. 레드 선수들은 10km코스, 하프(20km)코스 등을 신청하여 달리게 되었습니다.

출전하기 전에는 참 걱정이 많았던 선수들입니다. 1km 걸어가는 것도 힘든데 무슨 10km냐, 20km는 어떻게 하냐, 아무리 생각해도 중도포기하고 못할 것 같다 등... 아무래도 레드에서 마라톤을 출전하는 게 처음인 선수가 대다수라 그런지 준비를 하는 내내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습니다.

레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아침 운동 중 대부분은 달리기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체력 현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지구력과 집중력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레드에 온 아이들은 처음엔 2바퀴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 10바퀴 정도는 거뜬하다고 말할 정도로 달리기는 아이들 생활과 밀접합니다. 그런 아이들도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는 자신이 없었는지 걱정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마라톤 출전을 위해 선수들은 매일매일 연습을 했고, 체육시간에 마을 한 바퀴(1km)을 7바퀴, 15바퀴 이상씩을 달리며 처음 해 보는 장거리 달리기에 대비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저녁식사를 하기 전, 마을을 달리며 마라톤 준비를 하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온 마라톤 당일은 가을 볕이 따뜻하고 청량한 날씨였습니다. 옷에 배번을 달고, 거리 인식칩을 매고, 서로를 응원하며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선수도 있었고 그저 즐거운 얼굴을 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번에 10km 마라톤을 선수들과 함께 출전했습니다. 사실 저는 거의 연습을 하지 못했고 걱정은 제일 많이 했습니다. 마라톤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참 전이라 그 때의 컨디션이 따라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코치님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선수도 있었습니다.(제가 이겼습니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20km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 뒤를 10km 선수들이 따랐습니다. 마라톤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달리거나, 너무 달리지 않고 걷는다면 완주에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 힘껏 발을 내딛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변에서 같이 뛰던 다른 분들도 그 날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레드 선수들과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며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1km, 3km, 거리가 멀어질 때마다 주변에 함께 뛰던 사람들은 어느새 흩어지고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반환점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리는 팻말만 거리에 있을 뿐 각자의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달리면서도 이제 그만 뛸까, 좀 걸을까, 라는 생각이 무수히 들었지만 선수들도 달리는데 코치가 되어서 멈출 수가 없어서 꾹 참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하프 선수들은 10km의 선수들을 지나쳐 20km를 향해 달려갔고, 저는 5km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며 만난 선수들과 인사도 하고, 서로 힘을 북돋아주며 뛰다 보니 10km 골인지점이 보였습니다. 골인 지점에서 통과를 하고, 완주 메달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마라톤을 처음 나갈 때는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더니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완주 메달을 손에 쥐고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레드 선수들은 단 한 명의 중도포기도 나오지 않고 완주를 마쳤습니다.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고 출전한 마라톤, 선수들이 그 숨가쁘게 달리던 순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골인지점을 통과했을 때 내가 해냈다는 그 뿌듯함을 기억에 오래도록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반환점이 없는 마라톤이라고 합니다. 각자 달려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목표하는 지점은 누구나 있고 계속해서 달려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삶을 살면서 한 지점 한 지점,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달려나갈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을 것입니다. 선수들이 이렇게 마라톤에 도전하여 10km, 20km를 뛰어냈던 것처럼, 그만 뛰고 싶었을 때도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어 계속 뛰어냈던 것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각자의 인생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달려갈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힘을 마라톤을 통해 얻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레드스쿨 한봄(최소민)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