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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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종 선생님 교사는 시지프스 신화의 돌을 굴리는 일과 같아요. 산꼭대기로 열심히 돌을 굴려 올리면 다시 돌이 굴러 떨어져요. 저희는 매번 그걸 반복해요. 그래도 실망하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은 본래 그런 존재들이지요.
육아를 하고 있는 요즘, 하루가 천년처럼 흘러갑니다. 새벽에 일어나 포트기에 물을 45도에 맞추고, 6시면 일어나는 만 0세의 제 딸을 안고 한참을 놀아줍니다. 그리고 6시 30분이 되면 분유를 타서 아이에게 먹이지요. 그쯤 아내가 일어나면 딸을 인계하고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해서 학교에 출근을 합니다. 이런... 학교에 오니 14~19살의 아기들이 분유(?)를 달라고 혹은 놀아 달라고 저에게 달려옵니다. 퇴근을 하고 나서 집으로 오면 일주일에 네 번은 제가 저녁 식사를 준비합니다. 부랴부랴 저녁상을 차리고 0세 딸을 목욕시키고 나면 제가 밥을 마저 차리는 동안 아내는 딸 분유를 먹이지요. 밥을 먹고 아기를 재우고 집을 치우고 나면 대략 9시입니다. 제가 걸어가는 길을 저희 학부모님들은 이미 다 경험하셨으니, 저를 보고 피식 한번 웃으시리라 생각합니다.
2013년 레드스쿨에 정식 교사가 되어 2014년에 첫 담임을 맡았습니다. 마치 지금의 제 딸을 만난 것처럼 가르칠 것 해주어야 할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가정에서도 그러하듯 학교에서도 매일 잔소리를 해야합니다. 아이들은 또 돌아가며 작은 사고 큰 사고들도 벌이곤 하지요. 저는 2013년부터 2년간 매 방학마다 공교육 선생님들과 2주씩 합숙을 하며 공부를 같이 하는 모임을 가졌었습니다. ‘전국 국어교사모임’이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비인가 대학원이었지요. 경력이 오래 된 선생님들께 저녁마다 아이들을 만나며 생긴 고민들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거든요. 그때 저에게 경력이 아주 오래 되신 고00 선생님께서 이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한성종 선생님 교사는 시지프스 신화의 돌을 굴리는 일과 같아요. 산꼭대기로 열심히 돌을 굴려 올리면 다시 돌이 굴러 떨어져요. 저희는 매번 그걸 반복해요. 그래도 실망하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은 본래 그런 존재들이지요.” 저는 그 말에 깊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매번 하는 잔소리들 후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교육이 어려울까 생각했었거든요. 때로는 제 방식이 잘못되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제가 0세 딸의 육아를 만나고 있는 과정이 학부모님들께선 이미 다 지나간 과정이시겠지요. 이번엔 반대로 바꾸어 말씀드려 봅니다. 14세~19세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과정을 저 역시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으니 저 역시 꽤 많이 지나보낸 과정입니다. 제가 부모님들과 함께 여전히 이 글을 통해 다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지프스 신화의 이야기처럼 부모님들께는 자녀, 저에게는 학생들을 만나며 실망과 아쉬움의 반복이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실망하지 말고 다시 돌을 굴려 꼭대기로 올려보아요.’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교육이란 본래 그런 것이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그 아이들의 믿음직한 어른이자 보호자이기 때문이니까요. 실망할 것 투성이겠지만 여전히 저는 묵묵히 돌을 굴려 올리는 교사이고 싶습니다. 제 0세 딸도 그리 키우고 싶습니다.
매일 천년 같던 제 육아에서 이 짧은 몇 개월 동안 제 딸이 이제는 스스로 앉아 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무얼 잡고 일어서려는 변화들도 보입니다. 분명 같은 반복인데 어느 샌가 돌아보면 성장해 있는 것이지요. 수많은 아이들을 스무살로 키워내면서 어느 샌가 달라져 있는 아이들을 봅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결국은 어떤 꽃이든 피워 내더군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저녁이면 선선한 날씨가 그걸 알려주더군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지만 저의 일을 성실히 하고 있는 동안 신비로운 변화들이 많은 성장을 만들어 주곤 합니다. 함께 성장하는 교육 공동체를 꿈꾸며 이만 글을 마쳐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2023 코치칼럼 16. 교육은 반복하고 실망하지 않는 것|작성자 레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