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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3 레드칼럼 2 - 스스로 한다는 것(화이트스쿨)

RED

240 0 23-02-10 14:03

레드스쿨 한봄코치

 

 

 제가 레드에서 코치로 지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제게 물어본 적 있습니다. ‘레드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설거지를 스스로 하는 것이요

 레드스쿨 학생들은 이부자리 정리부터 시작해서 설거지, 빨래, 청소 등 본인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레드에 들어오기 전의 학생들은 대부분 집에서 세탁기를 작동하는 법은커녕 자신의 방 청소도 부모님이 해주시고, 설거지 또한 해본 적은 많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레드에 있는 아이들은 말합니다. 이제 세탁기는 눈도 감고 돌릴 수 있다고요.


 아이들은 처음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레드의 시스템에 대해 당황하곤 합니다. 옷을 정리하는 것도 그냥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정해져 있는 방법에 따라 개어 넣어야 하니까요.

 집에서 지내던 아이들에게는 낯설 레드의 시스템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 레드스쿨 입학 전, ‘화이트스쿨이라는 입학 전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3년 겨울 화이트스쿨에도 레드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찾아와주었습니다. 화이트스쿨에서는 스스로 옷을 개는 방법, 옷을 정리하는 방법,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하는 방법, 자신이 잔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처음 학교로 가져온 짐들을 캐리어에서 꺼내면서 귀찮은 표정이 역력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착착 옷을 개어 사물함에 넣습니다. 식사 또한 본인이 먹고 싶은 만큼 받아 골고루,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편식 때문에 김치나 야채 등을 먹기 곤란해했던 아이들도 화이트스쿨이 끝날 때쯤엔 한 그릇을 싹 비웁니다. 음식을 먹을 때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이 먹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천천히 생각해보고, 식사를 마칠 때까지 모두 함께 기다리며 식사 습관 또한 천천히 개선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식사한 본인의 그릇과 수저를 스스로 깨끗하게 설거지합니다. 자신의 머문 자리는 자신이 정리한다, 라는 규칙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멸치 손질을 해보고, 양파를 까보고, 연필을 깎아보는 등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통해 이 식재료들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를 생각하고, 가만히 앉아 연필을 깎으며 무언가에 진지하게 임해보기도 합니다.

생활 습관 뿐만 아니라 도시생활 중 목소리를 크게 내 볼 기회가 없던 아이들에게 발성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 번도 소리를 크게 내 본 적 없다는 아이가, 크게 목소리를 내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해 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돌볼 줄 알게 하는 것이 화이트스쿨의 목적이며 이후 레드스쿨의 학생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레드스쿨의 장점은 학생 스스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자립심을 길러주고 책임감을 가지게 하며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게 도와주는 학교가 레드스쿨의 교육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트스쿨을 거쳐 레드스쿨에 온 아이들이, 졸업 후에 레드스쿨을 떠올렸을 때 내가 이만큼 컸구나라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