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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2 레드칼럼 26 -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RED

190 0 22-10-24 16:05

학생들이 진심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만 아닐까요? 학생들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고 바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성장하는 선수들을 보면 보람도 느끼지만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공부도 잘 했으면, 예의도 발랐으면, 적극적으로 발표했으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었으면 하고요. 정작 저도 학창시절에 제 욕심만큼 하지 못했으면서도 학생들이 모든 것을 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학생들을 닦달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이번 중간고사 역시 학생들이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과 제 기준으로 아쉬운 점수에 격려와 칭찬보다는 잔소리를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채로 지난 목요일에 덕유산 명산등반을 가게 되었습니다. 급한 경사와 추웠다 더웠다하는 날씨에도 학생들은 연신 깔깔거리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위험한 곳은 서로를 도와가며 험난한 산행길을 거뜬히 지나왔습니다. 저도 학생들과 함께 한 조에 속해 잔소리를 내려놓고 같은 등산객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힘든 길에서는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웃으며 나들이를 다녀오니 그간 욕심을 내며 학생들을 다그쳤던 순간들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집과 학원을 반복하며 무력했던 아이들이 맑은 가을날씨와 자연을 만끽하고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학교를 나의 학교라고 생각하고 학교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기대하는 선수들의 웃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좀 덜 하더라도, 뛰어난 리더십과 언변을 좀 덜 갖추더라도, 학생들이 진심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만 아닐까요? 학생들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고 바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욕심이 나고 아쉬운 점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겠지요. 그때마다 이 글을 꺼내 읽으며 학생들의 행복을 우선 삼다보면 잔소리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학생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레드스쿨 교사 김지희(오작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