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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2 레드칼럼 18 - 교사가 죽는 때

RED

23 0 22-07-29 12:08

“내가 왜 이 위에 섰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 이 위에 선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거야. 이 위에서 보면 세상이 아주 다르게 보이지. 믿기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한 번 해봐. 어서, 어서!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도 봐야 해.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 봐야 해,”

<죽은 시인의 사회> 中

시인이 죽는 때는 언제일까요?

언젠가 한 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하늘인데 어제의 푸른빛과 오늘의 푸른빛이 다르다는 얘기였습니다. 기분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의 하늘빛을 읽어 낸다는 것, 일상적인 삶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게 죽은 시인이 아닐까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갑자기 수업에서 책상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합니다. 무엇을 안다고 생각할 때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고요. 생각하는 바를 눈으로 보도록 만들어주는 참 좋은 교사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이 들어 때로는 확신마저 들 때라 해도 다시한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사도 시인과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우리반 아이들에 대해 안다고 판단할 때,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보려하지 않을 때 시인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결국 죽게 되는 것 아닐까요?

웰튼 아카데미를 졸업한 키팅은 학창시절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써클의 일원이었습니다. 그가 그 이름이 무슨 의미인지 책에는 설명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개성보다는 사회의 책무만을 강조하는 ‘웰튼 아카데미’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죽어 있는지는 뻔히 보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명예와 규율을 강조하는 학교. 대학에 대한 혹은 부모들과 사회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들에 대한 맹목적인 맹신이 주입되는 이곳에 “왜?”라는 물음과 “나”라는 존재는 가장 가치 없는 물음이 되는 학교지요. 시인이 일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죽은 시인이듯 학생이 물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 또한 죽은 학생아니겠습니까? 키팅이 다시 웰튼 아카데미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칠 때엔 바로 그런 물음을 가르치고 싶었을 겁니다.

키팅은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교탁위로 올라가 이 글의 맨 앞에 인용했던 말을 합니다. 그리고 후에 키팅이 학교를 떠나갈 때 이번엔 반대로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서 그에게 안녕을 고하지요. 아이들은 키팅 선생을 통해 물음이 있는 학생들로 바뀐 것입니다.

저는 레드스쿨 선수들이 배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생이 아닌, ‘왜’냐고 물을 수 있는 집안 대표 선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자치문화를 꽃피우며 스스로 자신들의 학교 생활을 개척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어떤 상황이든 저는 아이들의 ‘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해서 즐거운 하루입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7월 5일

레드스쿨 국어과교사 한성종 (소낙비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