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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칼럼-코치의 여름방학

오작교

229 0 16-10-28 18:51

여름 방학이 끝나고  이번 주 레드는 개학을 했습니다.  방학도 좋지만 개학도 좋습니다.(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오늘은 4학년(고등학교 1학년)과 2학기 첫수업을 했습니다.  난 신나게  선수들과 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지요.  다 지난 여름 방학동안 본 영화들 이야기였습니다.  레드스쿨 코치 4년째 여름방학.  더구나 과목이 과목인지라(책읽기 담당) 난 여유가 있습니다.  다른 코치들은 수학몰입이다 영어몰입 그리고 검정고시 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몰아쳤지만 그래서 레드의 방학은 더 뜨거웠지만  난 살짝 모른 척합니다.  늘 숨가쁘게 달리는 학기라 그런지 방학이 참 애틋합니다.  나의 방학은 영화 목록작성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이 나온 홍상수 감독 영화를 다운 받고  <카모메 식당><안경>을 만든 일본 여자 감독의 영화 <토일렛>도 준비했습니다.  다 음식이 나옵니다.  난 음식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느린 삶을 다룬 영화들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수영장>이란 일본 영화를 보았고  이 영화에도 음식이 나오고 느린 삶이 나옵니다.  태국 치앙마이 게스트 하우스 살고 있는 주인공들은  날마다 하늘을 보고  아침이면 산책을 하고  햇빛 좋은 날 밖에서 빨래를 넙니다.  그리고 날마다 시장에 가서 그날 먹을 만큼 장을 봅니다.  마을 입구 구멍가게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봐 줍니다.  난 이 영화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 죽겠는데  아이들은 지루해 죽겠나 봅니다.  자기의 삶을 찾아 태국으로 떠난 엄마와  자기의 삶이 우선인 엄마가 원망스러운 딸이 샤브샤브를 먹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엄마와 딸의 입장이 되어 서로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딸의 인생  엄마의 인생  나는 나를 배습니다.  지금 여기, 제자리 제 삶을 살 때 서로의 삶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널널하고 지루한 이 영화가 참 좋았습니다.  나도 흉내를 내어 봅니다.  방학 한달 내내(나의 로망인 밖에다 널진 못했지만) 털털 털어 빨래를 널고  방을 훔치고  새벽에 일어나서 뒷산에 오르고  아침부터 카페에 죽치고 앉아  영화보고  책 읽고  저녁이면 엄마랑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난 첫 수업 제목으로<내가 만난 (영화속) 사람들>이라 하고  방학동안 본 영화 6편을 소개하고 주인공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옛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영화 <디어 헌터>로 그 시대를 이야기해주시던 걸 흉내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코치들과 함께 했던  안동 종택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할 참입니다.  <내가 (역사에서) 만난 사람들 2>로 말입니다.  그저 멀리 떨어져  다 잊고  문제들로 떨어져 크게 보려 작정한 방학이었는데  나의 방학이 오롯이 2학기 수업으로 이어집니다.  어느새 미운짓 하던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그만하자! 했던 일들이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다시 빨아놓고 널지 못한 세탁기 속 빨래들이 하루 이틀 지나가지만  어제그제 입은 옷들이 한켜한켜 옷장에 쌓여가지만  그래도 하늘은 실컷 볼 수 있으니...  방학도 좋지만 개학도 참 좋습니다.  레드스쿨  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