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
1,936 0 18-10-08 11:41
우스갯소리로 하는 짓이나 생각이 어른과 같은 아이를 ‘애어른’이라고 하기도 하고,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키덜트’라고도 합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는 무엇일까요?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이가 성인의 척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드스쿨의 선수들은 어떻게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 어떤 성인으로 거듭날까요?
레드스쿨에서는 17~18세의 선수들이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서 성인식을 치릅니다.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진로수업을 통해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24시간 동안 산 속에서 건빵 한 봉지와 물 한 병을 가지고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솔로타임,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한발 먼저 걸어간 롤모델을 만나 조언을 듣는 시간 등등을 거쳐 마지막 관문인 성인식에 도달하게 됩니다. 성인식도 예식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부모님과 선수들, 코치님들 앞에서 당당히 선포한 후에야 성인으로서 자(字)를 받고 통장과 시계, 성경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선수들은 성인식을 단순한 행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꿈발표를 하는 선수들을 보며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이미 성인식을 치른 선수들은 그때의 마음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솔로타임 전, 롤모델과 연락하기 전, 꿈 발표 전 등등은 선수들이 하나같이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시기입니다. 이런 어려움으로 선수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입니다. 성인이 될 준비를 하는 선수들에게 제가 어찌 정답을 내려줄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하고 싶냐 물으면 선수들은 한참 고민하더니 나름의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곤 신이 나서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이라고 한참 이야기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하루 동안의 요식행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거듭되는 실패와 두려움을 극복해 낸 선수들의 과정 과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10월 3일은 가슴 속에 꿈이 빛나는 의미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10월 2일과 10월 4일 선수들의 모습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좀더 성숙한 모습입니다.
“나는 나의 생각과 행동,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됩니다.”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어른이 된 선수들에게 부모님들께서는 말을 아끼십니다. 이제 성인이 된 선수들에게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을 것 같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같은 성인으로서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사이가 된 선수들이 든든하고 이 선수들과 보낼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가 됩니다. 매년 수차례의 관문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어주는 선수들이, 빛나는 꿈을 실현해 나가려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선수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제 마음 속의 꿈도 함께 빛나는 오늘입니다.
- 레드스쿨 육농 오작교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