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943 0 19-06-19 17:29
레드칼럼 - 레드그랜드투어 2기를 함께 하고서
레드스쿨에서는 10월3일 개천절이 되면 성인식이라는 큰 행사를 치릅니다.
그 하루의 통과의례를 치르기 위해 우리 선수들은 거의 4학기에 걸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먼저 레드3학년이 되면 자기탐색과 세계탐색을 통한 진로찾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기를 알아가는 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삶으로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해
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4학년이 되면 관심분야의 일을 하는 분들이나 꿈꾸는 삶의 모습으로 살고 계시는 인생선배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는 롤모델인터뷰를 한 학기 동안 직접 섭외하고 만난 후에 롤모델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또 롤모델인터뷰 학기 동안 두 가지의 여행을 더 하게 되는데 하나는 나오시마 예술섬으로 떠나는 ‘그랜드투어’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보는 ‘솔로타임’입니다.
그랜드투어는 17세기 경에 유럽의 부유층집안 자녀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유럽 곳곳의 유적과 문화의 숨결을 직접 체험하는 여행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 시절엔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적지와 르네상스를 꽃피운 이탈리아의 도시들, 그리고 세련된 예법의 도시 파리를 돌아보며 보다 높은 소양과 지적 체험을 쌓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여행이었습니다.
레드에서는 성인이 되는 준비과정으로 유럽 전역을 도는 어마어마한 여정을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예술과 건축이 어우러진 섬 나오시마로 2박3일간의 그랜드투어가 진행되고 올해로 두 번째 여행을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갈 때마다 함께 여행하시는 분들은 청소년들이 거의 찾지 않는 나오시마에 온 우리들을 보고 신기해 하시며 예고 친구들이냐고 묻곤 하십니다. 그만큼 십대들에겐 낯선 여행지란 의미겠지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쿠사마야요이와 안도다다오를 미리 공부하고 나오시마섬이 지금처럼 다시 살아나기까지의 과정을 탐구하면서 더욱 호기심을 갖고 또 직접 보고 싶어 합니다.
2년째 그랜드투어를 안내하면서 느끼는 것은 십대들이 크게 감동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여행코스를 우리 선수들은 아주 즐겁게 소화하고 보고 듣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레드그랜드투어를 통해 장애를 재능으로 승화시킨 쿠사마야요이의 삶, 권투선수였다가 자신이 가슴 뛰는 일과 스승을 찾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구축해 낸 안도다다오의 삶,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거의 버려진 폐섬이 될 뻔 했던 공간을 예술과 평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베네세그룹의 철학, 그리고 그들의 철학과 함께 했던 나오시마 섬주민들의 협력, 나오시마의 건축과 예술작품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이런 철학과 삶들이 우리 선수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세 번째 나오시마를 여행하고 있지만 갈 때마다 다른 것을 보고 또 더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단 한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그것이 혼자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고,
돈이나 멋진 기획으로만 이루어지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히 느끼게 됩니다.
한 사람의 생각에 또 다른 사람들의 열정과 섬에 대한 애정, 철학, 행동력, 섬주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얻을 수 있는
노력, 더불어 함께 가는 공동체성이 어우러져 지금의 나오시마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레드스쿨도, 선수들과 코치들, 학부모님들의 삶의 깊이와 성장 또한 이러하기를 바래봅니다. 레드에는 그러한
철학을 만날 수 있는 그랜드투어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레드코치 인농 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