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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2 레드칼럼 07 -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 대안학교 레드스쿨

RED

262 0 22-06-13 08:49

긴 시간 같은 일을 해오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잠시 일을 쉬면서 회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레드스쿨이라는 대안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을 뽑는다는 글을 보게 됐다. 사범대를 다니고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대안학교라는 곳이 무엇인지 공부도 해보고 실제 가본 경험도 있는 학교였지만 내가 그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됐다.

선생님을 꿈꾸면서 사범대에 진학했고 과 체험행사로 어떤 대안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과 대학 선후배들과 가볍게 놀러간다는 생각으로 출발했고 대안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하면서 갔던 기억이 난다. 시골의 여느 분교와 같은 느낌의 겉모습에서는 일반 학교와는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지만 레드에 오기 전까지 내 기억에 남는 대안학교의 모습은 일반 학교와는 너무 다른 자유로움이었다. 

학생들이 염색을 하고 피어싱도 하고 수업도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안학교라는 곳이 다 이런 곳인가 하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들 또한 그런 학생들을 혼내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다양함을 존중해주는 모습이었다. 항상 짧은 머리를 하고 수업 시간은 빠지지 않고 들어가야 한다고 배워왔던 내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었지만 한 번의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넘겼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대안학교에 갔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레드스쿨이라는 학교도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 걱정을 했었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일이 지겨워서 잠시 쉬는 것이 좋겠다 생각을 했다가 더 힘든 일을 나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이나 뭔가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한참 고민을 했었지만 한 겨울 레드를 찾았을 때 느낌은 참 평화로웠다. 오밀조밀 귀여운 건물과 시냇물이 흐르고 눈이 하얗게 내려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예쁜 자연환경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시 속에서만 생활하다가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겠다라는 생각이 더 커서 부정적인 생각을 접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긴장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레드에서 만난 아이들은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 순수하고 예의 바른 느낌이었다. 나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뭔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고 나 또한 말로만 아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와서 “코치님~ 코치님~”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나의 사소한 변화도 먼저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먼저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작은 인원으로 학교를 만들어가면서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소외되거나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 없이 지낼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20~30명이 한 반이라 1년 내내 담임과 이야기 몇 마디 해보지 못하는 상황도 없고 아이들 한 명에게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큰 점도 내가 그동안 느꼈던 점과는 참 다른 점이었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지도 알게 되고 그 나이에 느끼는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다르다고 틀리지 않다는 것도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작년에 프로젝트 수업으로 아이들 스스로 학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애쓴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이 먼저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수업을 만들고 계획을 해서 실천한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니까 다니는 학교, 하라고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스스로는 잘 모를 수 있지만 그런 태도나 생각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레드에 오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함을 가르쳐 준 아이들에게 참 고마움을 많이 느끼는 시간을 가져본다. 맑고 따뜻한 봄 날씨라 더욱 나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2022년 4월 15일

레드스쿨 영어과교사 박제희 (제리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