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427 0 22-03-25 12:14
코로나가 시작된 지 3년차,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슬픔과 걱정에 빠져 있습니다. 예정대로였다면 각 학년들은 스스로 계획한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즐거운 체험 학습을 하고 있었을 시간, 지금 레드는 수업 시간으로 조용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선수들과 코로나 시대 비만율 상승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었습니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며 쓸쓸한 웃음을 지었지요. 또 오늘 오후에는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생긴 피부 트러블에 마스크 안에 번식한다는 곰팡이균 이야기로 한참을 코로나 바이러스 욕을 하였습니다. 1년 반을 기다린 국토순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다시 한 번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일상이 많은 변화를 겪게 된 지 3년째가 되니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의지하며 살아갈 방법을 터득해야 하겠지요.
저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쓴 상대방과 의사소통하는 데 불편을 느꼈습니다. 입모양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하다는 불평을 자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코로나 이후 상대방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 마스크로 가려진 입을 보는 대신 상대방의 눈을 더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더 분명히 듣기 위해 상대방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소리치는 것이 아닌 가까이에서 대화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다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눈으로 표현하는 표정과 감정들, 개개인의 개성 있는 목소리의 특징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들이 그것이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의 소중함을 더 간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자주 모일 수 없었습니다. 아픈 친구들이 주기적으로 있어 단체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며 불평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모이지 못하는 현실에 순응하는 대신에 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어 만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퍼지며 온라인 개학 준비를 하며 처음 줌 화상 회의를 배우던 날이 생각납니다. 서툴고 어색해 버벅대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수업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고(선수들에게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꼭 학교로 출근하지 않아도 코치회의를 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집이 멀어 모일 수 없는 레드 친구들이 다 같이 각자 방을 꾸미고 음식을 준비해서 파티를 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는 아쉬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덕분에 얻을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답답함에 울적한 나날을 보내는 대신 새로운 경험과 시도로 한발짝 나아가는 레드 공동체가 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오늘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3월 25일
레드스쿨 국어과교사 김지희 (오작교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