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958 0 19-09-18 09:55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요새 레드스쿨에서는 게임,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선수들에게 중독 자가진단을 실시하고 자신이 중독 증상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클럽이 만들어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누르거나 마우스를 조작하는 일은 쉬운 일입니다.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밀어서 잠금 해제’하거나, 작은 조작 버튼을 능숙하게 눌러 가며 게임을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입니다.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일이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그렇게 ‘무해한’ 동작이라도 계속 반복한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앉고 서고, 걷고 달리고, 물건을 들어올리고, 위를 쳐다보며 열매를 따고, 높은 곳에 오르고, 붙잡고 매달리고, 춤추고 헤엄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수천 수만 가지 동작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한 가지 동작만 끝없이 반복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스크린을 쳐다보며 마우스를 클릭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처음에 2kg짜리 아령을 듭니다. 그러다 힘이 붙어 5kg, 10kg짜리로 올립니다. 무거운 아령을 들수록 근육이 더 빨리, 많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50kg, 100kg짜리 아령을 들면 어떻게 될까요? 들기도 어렵지만, 억지로 들면 근육이 찢어집니다. 운동이 되는 게 아니라 손상을 입는 거지요. 이처럼 우리 몸에는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 이하로 운동을 하면 몸에 좋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다칩니다. 근육만 그런 게 아니라 눈이나 귀 등 감각기관, 심장이나 콩팥 같은 내장기관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을 너무 크게 들으면 청력이 나빠지고,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심장이나 콩팥이 망가지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당사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증상이라는 걸 끝까지 부정한다는 겁니다. 손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리고,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팔꿈치까지 짜릿한 통증이 느껴져도 계속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몇 시간씩 게임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게 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클릭이나 터치가 엄청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머리 속에 들어 있지 않고, 자신이 겪는 통증과 피로감이 ‘미세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현상을 아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이 아프면 체육시간에 무리를 해서 그런가, 주말에 가구를 옮겨서 그런가 하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갖다 붙입니다.
또 한 가지는 증상이 왔다갔다한다는 겁니다. 손상은 ‘미세’하므로 조금 쉬면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더 빨리 좋아지지요. 좀 나아지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봐, 좋아지잖아!” 이런 일이 반복되면 통증, 부기, 불편함에 적응이 됩니다. 아프고, 뻣뻣하고, 저려도 그러려니 하고 게임과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합니다. 악화되는 길로 들어서는 거죠.
마지막 이유는 자기변명입니다. 성인 중에는 컴퓨터를 쓰지 못하면 당장 생계에 지장이 생기거나,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청소년은 부모님께 야단 맞을까 봐, 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그만 쓰게 될까 봐 증상을 외면합니다. 일종의 ‘중독’이지요. ‘중독’이란 말이 차별적이고 편견을 조장한다고 질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의사가 보기에 그런 소리는 속 편한 허영에 불과합니다. 페북에 댓글을 달고, 카톡 메시지에 득달같이 답을 하고, SNS에 올린 글에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에는 중독적인 쾌감이 동반됩니다. 게임에서 상대를 꺾거나, 목표를 성취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마우스를 클릭할 때 깜짝 놀랄 만큼 손이 저려도 모니터 앞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그게 중독이라 생각합니다.
증상이 계속 심해지는데도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됩니다. 즉 스마트폰,게임중독은 10대의 습관이 평생 나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삶이 너무나 불행해지지요. 아무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소한 동작에 의해 생긴다는 점이 더욱 무섭습니다. 결론적으로 반복되는 동작은 몸을 망가뜨립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레드스쿨 사농 쌍둥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