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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레드칼럼 29 - 잘 들어준다는 것

RED

194 0 22-12-02 11:45

잘 들어준다는 것

 

201011월 생각하지 못했던 대안학교 교사로서 첫걸음을 했습니다.

당시 친구가 너는 대안학교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라는 말과 함께 소개를 받고 큰 생각 없이 레드스쿨에서 근무를 시작하여 이제는 10년이 넘어갔고 가장 오래 근무한 코치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커리큘럼 속에서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게 보냈고 희노애락을 가득 느끼고 만났습니다. 모든 것이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돌이켜보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이 들며, 후회되는 일도 많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삶이었고 우리의 삶이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겪어 나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 시절,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소통할 때, 저의 기준, 규칙, 원칙이 강했습니다. 그 당시 참 안들어 줬던 거 같아 후회되고 반성이 되는 시기입니다. 지나고 보니, 너무 내 이야기만 하고 내 생각, 원칙에 갇혀 아이들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듣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꽤나 많아 부끄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넘어간 지금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그 당시는 오히려 듣지 않기로 한 상황이 단순하여 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선수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느라 그리고 그러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의견, 규칙들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어 머릿 속에서 싸우느라 참 어렵습니다. 분명히 의식적으로 잘 들으려고 하지만 동의 되지 않는 마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내가 생각한 의견 등이 내적 갈등을 거쳐 순간순간 다양한 가면을 꺼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렵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과정이 어렵습니다. 그것을 끊임없이 만나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 코치라는 역할이지 않을까 합니다. 선수들 말을 잘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말로 행동으로 표현을 합니다. 그 때, 코치로서 어른으로서 잘 들어주었을 때 해결되고 풀어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1학년 선수들 담임이고 아이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과목을 가르치는 수학 담당 코치로서 잘 들어주기 위해 애씁니다. 잘 들어준다는 것에 정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잘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이들이 알아차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해답이지 않을까요?

 

잘 들어준다는 것.

우선 잘 들어주겠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편하게 이야기 나눌 때도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코칭이 필요할 때 일단 한번 멈춰봅니다. 아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아이들 마음과 생각을 먼저 살펴보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한번 멈췄을 때 보이는 것, 알아차리는 것들이 들리는 것이 생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또 아이들을 만납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멈춰봅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잘 듣기 위해 노력하겠다고요. 오늘도 감사한 오늘입니다.

 

2022122일 노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