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29 0 22-06-13 08:51
5월 11일부터 13일까지는 선수들이 고대하던 만리여행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만든 일정대로 여행지를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 선정부터 일정, 예산, 기획 발표까지 모든 것이 선수들 주도로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사실 담임코치들은 이 여행을 많은 행사들 중 어려운 행사로 꼽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어린 선수들은 계획과 실행에 실수가 있을텐데 그런 모습들이 보여도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몰래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리여행을 준비하는 한 달여 간의 시간 동안에는 선수들끼리도, 코치와 선수들 간에도 의견 마찰이 생기거나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우리 레드 3학년 역시 여행지를 3번이나 수정하고,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를 합의하지 못해 회의로만 쉬는 시간을 꼬박 할애하기도 하고, 발표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다시 발표 준비를 하는 등 ‘이번 여행..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5월 11일 만리여행 날이 되었습니다. 예산을 절감하고자 선택한 대중교통 여행으로 서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데 일상에선 볼 수 없었던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선수들의 얼굴빛이 빛나 보였습니다. 교통편을 꿰고 있는 선수, 총무 담당으로 돈이 사용되는 곳이면 긴장하며 계산기를 들어 올리는 선수,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일어나 식기구를 가져오는 선수 등 선수들은 손발이 척척 맞아 순조롭게 여행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아마 여행 계획을 짜는 동안 수없이 싸우고 조율하며 팀워크가 성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순탄하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리모델링을 해서 일정이 갑자기 뜨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대중교통 여행이 힘이 들어서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하고, 개인행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선수들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일정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국토순례 예행연습을 하는 거라며 긍정적인 말로 서로를 격려하고,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을 나누며 내일은 더 잘하자는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에도 선수들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말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선수들은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외치며 야심차게 만리여행을 시작했고, 박물관의 역사 공부도, 매일 만 보가 훌쩍 넘는 강행군도, 숙소 뒷정리, 일정 계획, 비용 처리 모든 것이 놀면서 하니 다 즐겁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자유로운 만리여행에 너무나도 신나 하는 선수들을 보니 앞으로 선수들과 더 신나게 놀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안전하게 웃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14일
레드스쿨 국어과 교사 김지희(오작교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