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797 0 19-10-04 09:14
지난 9월 23일, 레드의 전 선수들과 코치들은 광주 비엔날레 전시장을 견학하였습니다.
그때 전시장을 관람하면서 눈에 들어온 한 문구가 있습니다.
"Life is Design." (삶은 디자인이다)
그냥 미술 전시장에서 쓴 상투적인 문구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디자인은 꼭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 의해, 미술이 아닌 타 분야에서도 다룰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제게는 조금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본래 '디자인(design)'의 어원도 'de(이탈, 분리) + sign(형상)'의 합성어로서
'기존의 형상에서 이탈하여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의미입니다.
교사로서 제가 항상 하는 일은 영어수업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처음 강단에 섰던 그 날부터, '기성 영어교육의 대안'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습니다.
기존 교사들이나 학원강사들과 똑같은 교수법을 담습하여 영어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저의 영어수업을 '디자인' 하는데 오랜시간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왔습니다.
올 2학기 들어, 저는 레드 선수들에게 영어수업을 '디자인' 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제가 제 작품(수업)을 디자인 하여 관객(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디자인하도록 하고, 그것을 펼쳐보일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그 시작으로 도입한 학습과정이 각 주차별 플래너 만들기 입니다.
이 플래너는 코치가 일일히 짜주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선수'들이 학습진도와 분량을 매우 구체적으로 선택합니다.
선수 각자가 '이 주차에 이 수업시간에는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과업을 얼마만큼 수행하겠다'라는 내용을 담아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러면 그 주차 별 플래너가 각자의 수업진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자신이 문법에 집중을 하고 싶으면 문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단어/듣기에 집중을 하고 싶으면 단어/듣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읽기에 집중을 하고 싶으면 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의고사 문제풀이에 집중을 하고 싶으면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플래너를 짜면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코치는 중간-기말 및 교과과정상으로 반드시 학습해야 하는 일부 필독서만 정해주고, 공부편식을 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 줍니다.
그 외에는 선수에게 일일히 '단어는 무조건 일주일에 200개를 외워라, 학습 분량을 무조건 이만큼 해라'와 같은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A선수는 문법에서 어느어느 부분이 부족하니,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할수 있도록 하라"
내지는 "B선수는 단어를 보통 친구들 이상으로 반복해야 들어갈 터이니, 어느 범위의 단어를 여러 번에 걸쳐 반복할 수 있도록 플래너를 짜라"
이런 식으로 플래너 코칭을 하고, 그를 중점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들을 추천해줍니다.
물론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티칭을 하거나 온라인직강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플래너를 자주 수정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영어능력 현위치를 수시로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도 하고,
플래너에 있는 학습진도를 스스로 해나가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책임지는 훈련'도 합니다.
그러면서 영어학습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본질을 스스로 찾아나갑니다.
이것은 영어학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타과목, 지력 전반에 걸쳐서 필요한 능력을 훈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위 공부를 잘 한다는 학생들은 단지 인지능력이 좋아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디자인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입니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메타인지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소위 SKY출신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해서 그 학생이 무조건 SKY를 가지는 못합니다.
저는 레드 선수들에게 이렇게 '공부를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이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바로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가졌을 때 입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고, 그 선택에 따라서 행동하고 책임 질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 선택권이 억압되었을 때, 흔히 말하는 '일탈행위'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이라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잠을 잔다든지, 옆 사람과 잡담을 한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선수들 스스로 공부를 디자인하는 능력이 생기면,
지력의 효율적 향상과 더불어 매사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립적 삶을 살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결국 공부를 디자인 하는 것은 삶을 디자인 하는 것,
'Life is Design.' 입니다.
레드스쿨 영어과코치 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