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60 0 23-01-13 13:37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합니다. 레드스쿨 역시 학생이 주인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다양한 회의들입니다. 오늘은 레드스쿨의 2022년을 마무리하는 가족회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번 가족회의에서는 소홀히 생각하며 어겨왔던 교칙을 짚어보고 학습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 보았습니다. 한 학기에 2번씩, 1년에 4번 진행하는 가족회의가 시작되면 처음엔 늘 어색한 침묵이 맴돌곤 합니다. 그러나 이내 누군가의 용기로 발언이 시작되면 그에 대한 생각을 교사(코치)와 학생(선수), 고학년과 저학년이라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나눕니다. 또 이 내용을 선생님(코치)들은 교사회의(코치회의)에서, 학생(선수)들은 자치회의에서 구체화시켜 학생 임원진과 교사진이 함께하는 회의를 통해 의결하여 학교를 변화시켜 나갑니다.
회의를 자주 하는 것은 물론 지치고 힘겨운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감정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규칙들보다 더 잘 지켜집니다. 우리가 그 규칙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뜻은 ‘집안이나 단체 따위를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저는 레드 학생들이 주어진 시간표와 규칙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단 스스로 자신의 하루를 디자인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규칙들을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혼자 스스로의 생활을 챙기는 데 서툰 저학년들은 고학년들을 보고 배우며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고 고학년들은 본인들이 저학년 때 받은 것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저학년들을 아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들도 학생들과 같은 레드 구성원으로서 내가 속한 공동체를 아름답게 성장시키고 이끌어나가려는 주인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곳에 모인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각각의 주인된 마음이 모이면 우리 학교는 한층 더 활기있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번거로울지도, 귀찮을지도,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가 주인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회의를 합니다.
- 레드스쿨 교사 김지희(오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