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27 0 22-11-29 10:31
저는 학창시절부터 소위 ‘딴따라’라는 주변의 핀잔을 들으면서 밴드음악을 고집스럽게 했고, 대학 다닐 때는 음악에만 심취해 있던 나머지 학업도 게을리하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삼아 기타교습을 하던 시절도 있었고, 모 중학교 방과 후 활동 밴드부 외래강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함께했던 학생들을 데리고 밴드경연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어쨌든 그게 이어져 지금은 레드에서 밴드동아리를 담당하면서 앙상블(합주) 코칭을 하고 있고요. 학교 밖에서는 지방리 마을 일대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을밴드 초빙강사로 위촉되어 레슨 활동을 하면서 지역 공동체에서도 레드스쿨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우리에겐 절대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2021년 4월에 나타난 불청객
정확히 작년 이맘때였네요. 교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급히 학생들을 전원 귀가시키고 2주간 온라인 수업을 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었던 불청객, 그러나 결국 찾아온 그 반갑지 않은 손님에 몹시 당황하며, 혹시 나도 그 손님과 직접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초조해하며 온라인 수업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특히 그 당시에는 연초에 대전 소재 모 대안교육시설에서 200명 가까이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었고, 해당 시설이 행정당국의 방역조치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던 모습이 언론에 비추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대안학교 전체가 그야말로 ‘찍혔던’ 상황인지라, 혹시 이 일로 우리 학교와 전국 대안학교 전체가 큰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교사들은 더욱 불안해했던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학교는 그전부터 모범적으로 방역조치를 해왔고, 행정당국에 협조적 자세를 보여서 사회적으로 구설에 오르지 않고 어려웠던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내었습니다.
그때 저는 격리통지서를 받고 격리되어 2주간 바깥 외출이 차단된 채 오로지 모니터 화면 너머로 비치는 우리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교사로 산다는 것의 행복과 즐거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일정의 차질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수업에만 몰입할 수 있었고, 인간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며 자유롭게 대면수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지요.
나의 '빛' 되신 그분이 찾아오셨다!
어느 날 '뮤즈(Muse)'가 찾아와
내게 손을 내밀고...
그렇게 방 안에만 갇혀 있었던 어느 날, 무슨 계기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에 학교를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교사로서의 나 자신에게,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 레드스쿨을 음악으로 해석해서 표현해 보리라는 생각.. 또 한편으로는 그 유명한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에 필적하는 노래를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응원가 만들기였습니다.
‘그래, 지금의 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우리가, 그리고 우리 레드스쿨이, 더 나아가서는 저마다의 꿈을 갖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지내 온 이 시간을 언제까지나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노래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서는 바로 기타를 들고 머릿속 악상들을 일필휘지(一筆揮之) 하듯 핸드폰 녹음기에 담아냈지요.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이 노래, ‘For the Dreams’입니다.
소중한 꿈이 있는 '우리 모두' 앞에 바치는 헌정곡
For the Dreams (꿈을 향하여)
이 노래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음악 창작기법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고, 아울러 저의 레드스쿨 교사(코치)로서의 삶도 함께 뒤돌아볼 수 있었던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곡의 코드 진행, 멜로디 하나하나에 레드스쿨의 심상(心想)을 담고자 했고, 우리 레드 선수들을 위해 ‘중보기도’ 하는 심정으로 단어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들여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저의 진심이 우리 친구들에게 통했던 것인지 이 노래를 만들고 음원발표회를 통해 이 곡을 레드선수들에게 공개했을 때 정말로 열렬한 반응과 호평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노래에 우리 레드스쿨 친구들의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를 위해서 현재 여러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모아 함께 조율하고 보컬트레이닝을 하며 호흡을 맞춰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노래에 우리 친구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업은 제가 이 곡을 만들고 음원을 제작하는데 들였던 시간과 비용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훨씬 더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노래에 우리 레드 친구들의 목소리가 담겼을 때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오래도록 아이들의 마음속에 이 노래의 울림이 간직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머지않아 우리 레드 친구들의 목소리가 담겨 이 노래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게 될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코로나팬데믹, 전쟁, 경제침체,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문제와 극단적 갈등...
잔혹한 살육의 계절, 2022년의 봄
이 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잔인한 봄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지 어언 3년째입니다. 나라 안에서는 전국에서 하루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수만~수십만 명씩 발생하고 있고, 그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너무나 오랜 기간 이어져온 코로나 방역상황으로 인해 자영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의 종식과 일상으로의 회복은 솔직히 아직도 먼 훗날 언젠가의 이야기인 것 처럼 들립니다.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대내외적 상황이 맞물려 물가가 많이 오른 탓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의 지도자가 바뀌게 되는 이 과도기에서, 우리 사회의 수 많은 갈등과 대립을 목격합니다. 지난 3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0.7%의 차이는 어찌보면 지역 간, 세대 간, 남녀 간, 정치이념 간 갈등이 극단화되어 이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숫자라 할 수 있겠지요.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시민들이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소중한 가족들을 잃었으며, 행복했던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전쟁이 앞으로 더 오래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경제 분야나 외교안보분야 등 앞으로의 사회적 전망도 매우 어둡습니다. 게다가 강대국들의 여러 정치인들은 핵전쟁, 세계대전이라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단어를 수시로 입에 올리고 있어 전 세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봄이 새 생명이 움트는 따뜻하고 웃음기 넘쳤던 시간이었음을 기억해보면, 오늘 우리가 맞이한 이 계절은 '시련'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라 한없이 잔혹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아름다운 천사의 노래 따라서
별을 찾아 떠나간 곳
그 끝에 있을 너의 자리에
소중한 우리 꿈이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