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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2 레드칼럼 28 - 올해 수능을 마치며

RED

179 0 22-11-23 10:50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7일에 끝이 났습니다. 이 시험 하나 때문에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을 하지 못해 뱅뱅 돌고, 아침에는 버스와 지하철 시간이 조정됩니다. 전국민이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수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보게 되는 시험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제 수능을 본지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 날 아침의 공기, 수능날 먹었던 점심 도시락 메뉴, 가채점을 마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등급 커트라인을 확인하던 때... 어느 하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하루를 위해 12년 간을 공부해왔겠지요.


수능전야제는 매년 하는 행사이지만 고3 아이들을 위한 부모님들과 선배들의 응원 동영상을 보고 있다 보면 제가 수능을 보던 날의 떨림이 기억이 나고, 그 떨림을 우리 아이들도 고스란히 안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해집니다. 그 영상 속 에서의 간절함이 와닿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공부해라, 대학 가야지, 대학 가면 다 살 빠지고 대학 가면 지금 고민은 다 해결된다. 하는 식상한 말들과 함께 아이들을 참 많이 닦달했습니다. 그 잔소리들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를,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다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요?


그 당시에는 수능이 전부인 줄 알았더니,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수능은 내 인생에서 그저 여러 관문들 중 하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준비했던 수많은 시험들, 취업...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는데 왜 그 때는 수능만 끝나면 인생이 순탄할 것 같았고 수능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다들 처음 겪어보는 수능이라서, 누구나 걸어야 하는 고3의 길이기도 하지만 대학이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앞두고 처음 겪는 큰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학 입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교사의 위치에서 저는 고3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면 결과가 어떻든 12년 간 수능을 위한 길을 걸어온 아이들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시험 하나로 아이들의 인생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인생의 가치는 대학의 이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살아온 날들이 수능 날 하루로 다 결정되기에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수능 하나에 울고 웃던 아이들이 이 과정을 보내면서 가졌던 감정들을 기억해서 나중에 인생에서 더 큰 관문을 만났을 때 이겨낼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레드스쿨 과학과 교사 한봄(최소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