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38 0 22-11-14 15:01
어느덧 11월 중순이 되고 단풍도 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레드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매일매일 볼 수 있어서 자연이 주는 신비함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네요.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보니 올해도 마무리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드에 들어와 일하게 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재작년 지리산으로 갔던 국토순례가 떠오릅니다. 힘들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가본 적도 없고 힘들어야 얼마나 힘들겠어 하면서 따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첫날 산을 오르고 하루 종일 걸으면서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았던 기억도 나고 너무 힘들어서 저녁도 먹지 못하고 숙소에서 쓰려져 쉬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힘들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기도 했는데요.
하루 종일 걸으면서 제 건강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과 걸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깨닫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쳐할 때 가방을 들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던 선수들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데요.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좋은 경험이었고 국토순례 가기 전과 갔다온 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작년 국토순례는 제주도로 계획을 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고 올해 드디어 2년 만에 국토순례를 4박 5일 일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1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이고 4박 5일로 처음 가는 일정이여서 다른 때보다 걱정도 많이 되고 준비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코치별로 역할 분배를 하면서 이번에 저는 학교에서 땅끝마을까지 봉고차를 끌고 이동해서 4박 5일 동안 차 운행으로 필요한 걸 실어나르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들었지만 내 차가 아닌 차를 5일 동안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도 됐습니다.
이번에 차를 끌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저를 보면 이제 쉬는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반가웠다는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차에 타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서 5일 코스를 완주한 아이들이 참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생각 없이 걷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목표로 세우고 그 목표를 세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5일 동안 사고 없이 무사히 국토순례를 마무리해서 안도감도 들고 잘 보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일정이고 낯선 길을 가야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걷는 코치님들, 아이들과 운전을 해야했던 저까지 작은 사고 없이 학교로 잘 복귀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입니다. 5일 내내 힘들었겠지만 길다가 마주치는 모르는 분들에게도 반갑게 인사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레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르치는 뿌듯함도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레드스쿨 제리(박제희)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