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60 0 22-09-30 10:27
수업을 하다 보면 과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종종 들려옵니다.
과학 뿐만 아니라 계산만 잘 하면 됐지 수학을 왜 하는지, 남의 나라 말인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심지어 글자를 읽고 쓸 줄만 알면 됐지 국어를 왜 배우는지도 묻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쯤 되면 아이들이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아무거나 물어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는데, 막상 가르치는 제 입장에서도 그러게 과학을 왜 배워야 할까. 시험에 나와서 그런가? 수능을 보고 입시를 치러야 하니까? 분명 나도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습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왜 아침마다 청소를 해야 하는지, 일년에 한 번 있는 국토순례에서 자기가 왜 그 길을 걸어야 하는지, 아침에 달리기는 왜 뛰어야 하는지. 자기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 물음 속에는 원하지 않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담겨있습니다.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는데 왜 해야 하고, 하기 싫은 청소를 왜 해야 할까요. 이것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줘야 현명한 답이 될까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학교는 교과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함께 살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고, 살아가며 수많은 조직을 만나게 됩니다. 분명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은 수없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학교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내가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하려 한다면 꽤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니? 하기 싫어도 해야지.’라고 닦달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학교이기도 합니다.
같이 쓰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나도 사용하는 공간이니까 청소를 함께 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내가 먹은 식기는 내가 정리해서 스스로 정돈을 하게 합니다. 학습에서는 물론 입시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식견을 넓히기 위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과, 계절이 변하는 이유를 배우고 난 뒤 보는 계절의 변화는 생각부터 달라집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기 위한 학습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고 나서 더 큰 세상을 만났을 때 비로소 느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 눈에 하기 싫은 일들 투성이인 학교에서 ‘하기 싫으니까 하지 않을래’ 라는 불만스런 생각보다는 ‘내가 해야 할 일’ 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 고맙습니다.
레드스쿨 과학과 교사 최소민(한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