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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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하나: 2019년 국토순례의 교훈
매년 진행되는 4박 5일의 국토순례는 레드선수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성장을 일으키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하루에 평균 30Km가량을 걸으면서 길러지는 ‘체력’과, 아름다운 자연에 동화되고 레드공동체가 함께 걸으며 서로 부축해주기도 하고 평소에 못 다했던 마음을 주고받으며 길러지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심력’, 그리고 경로 중에 거쳐가는 여러 사적지들을 방문하고, 또 그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알게 되면서 길러지는 ‘지력’의 교육과정을 모두 통합적으로 엮어낸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개인적으로는 레드스쿨의 교육철학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레드스쿨의 코치가 된지 약 2개월 만에 진행되었던 2019년 4월의 국토순례 때가 떠오릅니다. 당시 국토순례는 탄금대(충청북도 충주)에서 시작해서 경기도 이천, 여주를 거쳐 두물머리(경기도 양평)까지 남한강유역 약 140Km 가량을 4박 5일 동안 걷는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국토순례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저는 장거리 도보이동을 위한 제대로 된 복장과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로, 첫째 날 걷고 나서 온몸이 너무 쑤시고 아팠던 나머지 둘째 날에는 걷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고, 결국 대열에서 낙오를 해서 그 당시 인솔책임을 맡고 있었던 아이들을 놓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게 딱해보였는지 셋째 날과 넷째 날의 일부 구간에서 차량지원(학교 차량을 이용하여 환자이송을 하거나 간식거리공수를 하는 업무)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고, 마지막 날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지였던 두물머리까지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했던 대용량 안티푸라민 한통을 4박 5일 안에 전부 다 써버렸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때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일정이 정말 고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고비가 여럿 있었는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걷기가 쉬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국토순례 4일째쯤 부터는 걸을 때는 마치 제 머리가 ‘참고 걸어야 한다’고 명령하기 전에 벌써 제 발걸음이 먼저 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때 저의 교육방향에 있어 한 가지 작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한계란 원래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한계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건 그 생각을 깨고 넘어가는 일이다!!"
이때의 경험은 레드스쿨 교사 초창기에 앞으로 제가 어떤 방향으로 레드선수들을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세워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 에피소드 둘: 영어몰입캠프의 어휘몰입과 철야몰입
방학 기간 영어몰입캠프에서 진행하는 여러 교육프로그램들 중 우리 레드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어휘몰입’과 ‘철야몰입’입니다. 2020년 겨울, 제가 처음으로 영어몰입캠프 총괄교사를 맡아 이전 회차의 캠프진행 매뉴얼들을 분석하고 캠프를 기획하면서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만들었던 교육프로그램이 바로 이 어휘몰입과 철야몰입이었습니다.
어휘몰입은 정규 수업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개별 수준에 따라 선정된 단어장을 배정받아 하루에 200~250개 분량, 캠프기간동안 총 800~1000개의 단어를 암기하도록 하여 캠프 마지막날에 단어경시대회를 하여 최종득점 결과에 따라 시상도 하는 몰입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철야몰입은 ‘철야’라는 단어 그대로, 캠프의 마지막 밤에 다음 날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영어공부를 하는 몰입 프로그램입니다.
몰입캠프에 처음 들어오는 선수들이나 몰입캠프에 대해 잘 모르는 선수들에게 캠프의 프로그램에 대해 귀띔해주면, 그들은 으레 제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코치님, 하루에 단어 200개를 어떻게 외워요?? 다 외우고 시험 통과하기 전에는 잠도 못 잔다면서요? 저는 절대 못할 거예요.”
“저 영어몰입 들어가기 싫어요. 새벽 5시까지 공부한다면서요. 저 그렇게 억지로 시키시면 저 새벽에 학교 탈출할지도 몰라요!”
몰입캠프에서는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어휘몰입과 철야몰입에 참여합니다. 물론 위와 같은 말을 했던 친구들도 일단 캠프에 참가하면 예외는 없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울거나 짜증을 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마지막에는 그렇게 공부하며 고비를 넘긴 친구들이 결국 마지막 날 시상을 받고, 마지막 감사편지를 쓰는 시간에(영어몰입캠프는 항상 캠프에 함께 참여해주신 선생님들 또는 관리코치님들께 감사편지를 쓰는 시간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제게 ‘캠프기간동안 힘들어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써주면 저는 캠프기간 동안 누적되었던 극심한 피로가 한 번에 다 풀리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 성공경험과 인사이트
제가 오랜 시간동안 교단에 서서 관찰해온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좋은 결과를 성취해내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레드스쿨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레드 친구들에게 주고 싶었던 가치는 바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효능감'입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그동안 제가 현장에서 레드선수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얻은 답은 바로 아이들로 하여금 ‘성공경험’을 만들어주고 그를 통해 스스로 ‘통찰(Insight)’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힘으로 애써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부터 자신의 내면을 보는 과정, 즉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성공시켰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일어나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고 열정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들을 냅니다.
# Just do it!
‘처음엔 네가 못할 거 같다고 했지? 근데 결국 해냈잖아!’
제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말할 때 마다 가장 가슴뛰게 하는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레드코치로서 교육초점으로 삼아왔던 핵심이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이 절대로 감히 하지 못할 것 같이 보였던 과정이었는데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는 성공의 경험, 그로부터 발생되는 내면의 성찰을 일으키는 것 말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이걸 정말로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해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며 강한 의심을 하던 아이들이, 절대로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에 도전하고 한계를 깨고 넘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이게 정말로 되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 믿음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데 큰 동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 레드선수들 모두가 이러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며 꿈을 이루는 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세상에 태어나려는 자는 그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라사스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2022년 7월 30일
레드스쿨 영어과 교사 이한별 (프라임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