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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2022 레드칼럼 12 - 유머로 잘못을 넘겨준다는 것

RED

297 0 22-06-13 08:51

원문: https://blog.naver.com/redschool310/222743013114 



“지금 그 금화 네 개를 어디다 두었니?” 요정이 물었어.

“잃어버렸어요.”피노키오가 대답했어.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지. 돈은 호주머니 안에 있었어. 거짓말을 하자마자 원래부터 아주 길었던 피노키오의 코가 손가락 두 개만큼 더 늘어났어.(……) “왜 웃어요?”

갈수록 길어지는 코 때문에 겁이 나고 당황한 피노키오가 물었어.

“네가 한 거짓말 때문에 웃는 거야.”

“내가 거짓말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피노키오는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든지 숨고 싶었어. 방에서 빠져나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코가 너무 길어져서 방문을 빠져나갈 수 없었거든.

카를로 콜리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보면 세상 이런 피노키오 같은 말썽쟁이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하고 다니지요. 가난한 제페토 할아버지가 외투를 팔아 피노키오에게 책을 사다 주어도, 피오키오는 인형극을 보기 위해 책을 팔아버릴 정도지요.

피노키오는 우여곡절을 겪고 금화를 받아 아버지께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참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요정을 만나지요. 피노키오는 요정의 몇마디 물음에 위 글과 같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맙니다. 요정은 계속 자신을 뒤에서 돌봐 주었는데도 말이지요. 배신에 괘씸하기까지 않겠습니까? 만약 아침드라마로 피노키오를 만든다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요정이 뒷목을 잡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장면이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게 되는 장면이지요.

거짓말에 대해 요정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코가 길어지게 할 뿐입니다. 이게 더 심하려나요? 피노키오 입장에서는 ‘차라리 혼내주세요.’싶을 수도 있지만, 코가 걸려 방문을 나갈 수 없는 장면이나 요정이 웃는 장면은 오히려 퍽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선 거짓말이 참 쉽습니다. 그게 코치이건 부모님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마음과 다르게 행동이 엇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거짓말을 한 건 나를 무시하는 거구나!”처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그 아이와는 아무런 소통을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김형수씨가 쓴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풍자란 웃음으로 공격하는 것이고, 해학은 웃음으로 사랑하는 것인데, 웃음의 이쪽, 저쪽에 있다는 점에서 둘은 밀물과 썰물처럼 이웃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사실은 정반대의 것입니다. 풍자는 공격의 무기이기 때문에 웃음이 상대를 적대시하고 치명상을 입히지만 해학은 놀리고 웃을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친화의 최대 무기입니다.”

아이들은 그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코치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부분이 있지만 대개 아이들의 세계는 즐거움과 유머 속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친구들’하면 어떤 추억이 떠오르나요? 대개 무얼 하고 놀았거나 장난과 유머가 추억으로 먼저 떠오를 겁니다. 즐거웠기 때문이지요. 코치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코치의 자리에 꼿꼿히 서서는 무엇도 공감시키기 어렵지요.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매우 빼어난 코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오늘도 열심히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잘못에 화를 내기 보단 가급적이면 풍자와 웃음을 코칭 속에 섞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하지만 언젠가는 알아들을 아이들을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년 5월 21일

레드스쿨 국어과 교사 한성종 (소낙비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