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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칼럼 263 - 예술이 일상으로 이어지는 여행 레드그랜드투어

다온

977 0 18-06-17 14:40

“예고 학생들인가요?”그랜드투어를 함께 안내해주실 가이드님과의 조율 중 가이드님의 질문입니다. 나오시마 예술여행 가이드를 오랜기간 해왔지만 예고나 미대학생들이 아니고 이곳을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그 얘기를 듣는데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집니다.몇 년 간의 기획과 조율로 계획만 했던 나오시마 그랜드투어를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성인식을 앞두고 롤모델 만나기 프로젝트 학기를 보내고 있는 4학년 선수들과 함께 말입니다.레드그랜드투어 1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우리들은 자료집을 준비합니다.사실 자료집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는 나오시마섬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자료를 찾고 그 중 더 좋은 것을 고르고 하면서 우리는 몇 주간 나오시마에 대한 이야기,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 안도 다다오와 이우환작가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br />나오시마섬 여행은 둘째날 본격적인 자유여행으로 진행되었습니다.나오시마의 트레이드마크인 점박이 호박을 본딴 점박이 배가 다카마츠항으로 들어오니 모두들 설레는 마음에 얼굴이 들떴습니다. 지난밤 시간을 쪼개 어떻게 미술관을 잘 볼 수 있을까 의논하던 중 한 친구는 이우환미술관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싶다는 의욕을 드러내서 저와 점심시간을 아껴 밥 대신 이우환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처음 함께 한 곳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인 지중미술관입니다. 땅 속에 묻어서 건축했기에 지중미술관인데 지하3층부터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과 모네의 작품이 그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술작품도 멋졌지만 노출콘크리트와 공간이 주는 감동이 선수들에게 스며들어갔습니다.뚫린 천정을 보며 ‘이거 어디서 많이 봤지?’, 빛이 들어오는 공간들을 보며 ‘익숙한 느낌인데’하는 말들을 하며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을 경험했습니다.레드선수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바로 미니멀리즘과 빛의 미학을 실현한 르꼬르뷔지에, 안도다다오의 영향을 받아 건축된 아름다운 공간임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br />마냥 미술에 관심이 없을 것 같던 남선수들도 그날 밤 함께공부를 하며 나눔시간을 가질 때 각자 자기만의 느낌을 잘 말해주었습니다. 현대미술은 그래서 쉽고도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정답이 없고 자신의 느낀대로 보면 되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선수며 코치며 할 것 없이 각자가 본 작품들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하는 모습이 신비롭고 또 조금은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br />우리 모두를 모두 감동시킨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미나미테라입니다.미나미테라는 마을의 헌집들을 재구성해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이에프로젝트의 한 작품이고 이에프로젝트는 마을을 돌며 작품을 보물 찾듯이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미나미테라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암흑의 공간을 만나게 합니다. 약 15분간의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의 변화, 감각의 변화, 각각의 반응들, 그리고 놀람.. 선수들은 미나미테라를 안가봤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고 모두다 고개를 끄덕끄덕 합니다.<br />예술은 기존의 것들을 흔들고 이어주는 작업이라 합니다. 기존의 굳은 사고들을 흔들고 서로다른 다양성들을 이어주어 새로운 생각들, 새로운 관계들로 안내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저는 자신을 소개할 때 꼭 교육예술가라고 칭합니다. <br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떤 작품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아이들의 사고의 전환, 관계의 변화, 시선의 다양화, 넓어지고 깊어질 이해의 폭에 조그마한 기대를 얹어봅니다.선수들과 함께 한 레드그랜드투어에 감사합니다. <br />인농 산마리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