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159 0 23-09-19 11:59
선수(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에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유행어의 홍수 속에서 유독 듣기 좋고 따라하고 싶은 유행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챙기고 긍정적으로 극복해내기 위해 자기에게 거는 일종의 암시(?)같은 유행어인데요. 힘든 상황에서도 한 선수가 “오히려 좋아!” 라고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도 “맞아 맞아~ 오히려 좋아~”라고 한 마디씩을 더 보탭니다. 우리 선수들 마음의 힘이 참 세지요?
저는 디저트 만들기 프로젝트를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조리 도구 사용을 미리 조율하지 않아 조리도구 없이 초콜릿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불이 없이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국그릇에 받아 초콜릿을 중탕하여 녹이고, 종이호일 대신 초콜릿을 감싸고 있는 호일을 사용하여 틀을 만들어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하는 말이 “좋으면 추억이고 안 좋으면 경험이에요~”라고 합니다. 선수들의 성찰과 긍정적인 인식 변화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들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갈등 상황들이 닥쳐오는 레드스쿨의 학창시절을 현명하게 이겨내기 위해 선수들은 단어 하나에서도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춘기가 휘몰아치는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지치기도 하고 때론 불평도 했던 저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고 싸움을 일으켜도 오히려 좋습니다. 선수들의 솔직한 마음을 한번 더 물을 수 있고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요. 쉬지 않는 질문 세례와 선을 넘나드는 장난에 피곤이 몰려와도 오히려 좋습니다.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즐거워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요. 선수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추억이고, 경험입니다. 오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레드스쿨 오작교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