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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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선수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무심코 던진 나의 한 마디가 그 아이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고마운 말이 되기도 하고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도 저의 말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선수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이 자리가 감사하면서도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중한 아이들의 한 순간을 슬기롭게 만나려면, 고민과 걱정 속에 속상해하는 아이들을 공감하고 위로하려면 저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때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어른이 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유행어를 무작정 따라해보기도 하고 잘못하는 모습이 보여도 장난식으로 지적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많은 선수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소위 인기 코치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저의 교사로서의 가르침에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저는 아이들에게 나이가 많은 친구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교사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는 무서운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규칙과 예의범절, 정리정돈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지적했고 아이들의 정서나 상황에 상관없이 무서운 표정과 말투로 선수들을 대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 마디만 해도 선수들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과 삶을 나눠주는 선수들을 잃었습니다. 제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에 선배 코치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솔직한 저의 고민을 이야기해보기도 하면서 늘 든든하게, 때로는 친근하면서 무섭게, 또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선수들 곁에 있는 어른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선수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행동을 한 후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를 먼저 묻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 잘못은 실수라고 격려하고 부드럽게 주의를 주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잘못이 여러 번 반복되면 단호한 어투로 잘못을 지적하되, 선수들에게 이 행동이 왜 나쁜 것인지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난 어른이고 선수들은 미성숙한 청소년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아직도 미숙한 교사입니다. 아침 조율 때 오늘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사물함을 보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몸이 피곤한 날에는 선수들 앞에서 수업하기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실수투성이인 저를 늘 믿어주고 따라주는, 그리고 함께 성장해주는 선수들이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슬기롭게 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수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선수들과 함께했을 때 저와 선수 모두가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도 웃으며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 레드스쿨 오작교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