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182 0 23-03-13 09:13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제일 먼저 플래너를 봅니다. 교무실 제 책상에는 매일 우리 반 아이들의 플래너가 쌓여 있습니다. 그 안에는 하루의 계획도 있고, 숙제도 담겨 있고, 저와 쓰는 시시콜콜한 교환일기(일명 : 굿나잇 페이퍼)도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이들의 굿나잇 페이퍼를 보며 댓글을 달아줍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이 아침에는 플래너에 댓글을 적고 계시죠.
“이번 주에만 세 번 울었다. 지난 학생회장이 매일 울었다고 할 때에는 놀렸었는데 막상 학생회장이 되니 마음대로 되지 않고 관계도 어렵다.”
저희 반 아이 하나는 이번 주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 속에서 수많은 갈등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도 이 플래너 내용을 보고 “잠깐 짬을 내어 함께 동내 산책도 하고 음료도 한잔 같이 마시며 기분전환을 할까?”라고 말해둔 참입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 결혼을 하여 가정이라는 부부 공동체를 만들어가다 보면 서로 이해해야 하는 일들, 존중하기 위한 소소한 규칙들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쪽이 아닌 부부가 함께 성숙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느낍니다. 어른들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공동체 생활은 그야말로 ‘내 뜻대로 안되는 것’으로 가득 합니다. 빨래를 돌리는 일부터 방을 정리하는 일, 규칙으로 정한 올바른 언어사용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이 과정 속에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갈등을 만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에서 갈등은 무척 소중한 기회입니다. 갈등이 기회라니 조금은 냉정하게 느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갈등’이 아니라 그 걸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성숙한 관계 의식이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만나는 갈등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주는 존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갈등을 만난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올바르고 멋진 방법을 찾아가도록 이야기하는 존재이지요. 저는 아이들이 만나는 갈등을 만나고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아이들 내부의 일이라 교사의 노력만큼 해결되지도 않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보면 갈등을 만나고 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만나는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분명합니다.
이번 주에 3번 울었던 저희 반 아이는 그 다음날 방긋 웃으며 생활을 했습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멋지게 ‘소화’시켜 스스로 성장으로 만들어 간 모양입니다. 분명 또 어려움은 반복되겠지요.
이렇게 저는 한시름을 놓지만 또 어떤 갈등을 만난 아이들이 저를 찾아올까요? 그렇더라도 레드스쿨 선수들은 모두 또 멋지게 이겨낼 것을 알고 있습니다.
레드스쿨 소낙비(한성종)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