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47 0 23-01-13 13:39
어른이 된다는 것, 인생 창업식을 마치며
레드스쿨 제리코치
어느새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새해가 되면 항상 졸업식이 찾아옵니다. 우리 레드에서도 1월 9일 졸업식인 인생 창업식을 진행했습니다. 레드에서는 일반 학교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를 쓰는데 저희도 졸업식이 아닌 창업식이라는 다른 명칭을 씁니다.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는 졸업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스무살, 성인이 된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앞으로의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창업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낯선 용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멋진 인생을 앞둔 선수들에게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창업식을 앞두고 졸업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저의 고등학교 졸업식도 생각이 나네요.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고 설레는 맘과 걱정되는 맘이 앞섰던 것이 기억나는데 올해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니 부러운 맘도 들고 앞으로 멋진 인생을 펼쳐나갈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저의 스무 살은 어땠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이불킥 할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막 성인이 됐을 때의 기쁨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어른이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정해주고 저는 그것에 따르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대신 그만큼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도 적었고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서 큰 그늘이 되어주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던 어른들의 모습을 너무 당연히 여기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지켜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답답함을 느껴 빨리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들을 다 해보고 했던 욕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1월 1일에 가장 처음 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성인이 됐다는 기쁨, 이제 뭐든 다 할 수 있겠다, 어른이 됐다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에 편의점에 가서 당당하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담배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담배를 피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려고 샀던 것이 아니라 담배를 이제 아무런 제제 없이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그 기쁨 하나를 누려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었던 것을 기억하면 지금은 참 어이없는 웃음도 나고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배라는 그 물건이 저에게 주었던 의미가 그때는 그 정도였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19살과 20살, 그 한 끗 차이가 그때의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컸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라는 말이 있죠. 성인이 된지 한참이 지난 저에게 19살 수능 끝난 고3 아이들이 1월이 되면 저와 술 한잔하고 싶다는 말이 크게 와닿지 않지만 그 아이들이 그런 말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성인이 된다는 자유를 얼마나 느끼고 싶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꼭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이 아니라 삶의 더 살아보고 많은 것을 느껴 본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성인이 되는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됐다는 기쁨에 자유만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 자유로움 뒤에 따라오는 당연한 책임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성인이 됐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으니, 스무 살이 되었으니 어른이 되었다가 아니라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고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발전해 나가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 멋진 인생 열심히 펼쳐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도 생각해보고 이제 의존하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삶을 만들어 가기를 응원합니다.
인생의 한번뿐인 스무 살이 시작된 우리 6학년 선수들,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느라 너무 고생도 많았습니다. 나중에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는, 예쁜 추억들이 많이 남아있는 학창 시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어른이라고 왜 기대고 싶지 않고,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런 어려움이 있고 힘들 때 학창 시절을 기억하면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눠줄 학교,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 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이야기하고 싶고 스무 살이 된 아이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