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356 0 16-10-28 19:19
‘이성규 선생님 폐암으로 별세 충남대 장례식장’. 갑작스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서 온 문자 한통이었다. 평소 찾아뵈야지 마음만 앞서 있었던 고3때 담임 선생님의 부고였다. 난 참으로 오랫만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 간만의 통화여도 상황이 상황인만큼 쑥스러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다만 당황과 뭔지 모를 감정들로 가득 찼을 뿐이다. “그래 거기에서 보자”라는 짧은 인사로 전화를 끊고 나니, 이제는 카톡방이 열린다. 오랜만이라는, 잘지내냐는, 요새는 뭐하고 사냐는, 보고싶다는. 고3 동창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연락하여 친구들을 초대하니 어느새 반 대부분이 카톡방에 모였다. 서로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선생님에 대한 안타까움은 아주 조금, 이어지는 서로들의 안부와 가볍고 정다운 욕들, 그리고 다시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한번쯤 찾아 뵐걸’하는 탄식들이 반복된다. 장례식장에 가니 반갑고 그립던 얼굴들이 보인다. “선생님이 올해 나이가 몇이셨지?” 라는 살아생전 궁금해 하지도 않던, 너무 기본스러워 쑥스러운 질문들이 오간다. 그리고 이내 고3때의 추억들로 왁자지껄해진다. 그 속에서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선생이란 직업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병 중에 찾아오라는 연락 하나 주지 않으시고 묵묵히 떠나가시는 분. 떠나고 나서도 제자들을 만날 자리를 내어주시는 분. 떠남의 슬픔보다 만남의 행복을 더 주시는 분. 그런 선생님과 그런 직업. 멋진 삶이라고 하기엔 어색하지만 난 그런 삶이 싫지 않게 느껴졌다. 레드의 선수들과 마음껏 행복한 만남을 갖다가, 떠나는 날 슬픈 자리가 아닌 행복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떠나는 삶. 그것이 좋아 난 여기 레드로 온 것이 아닐까? 아침 출근을 하면 선수들이 창문을 열고 “코치님 오셨어요?” 인사를 한다.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차는 순간이다. 지금 여기의 자리도 행복한 만남으로 가득한데 떠나는 자리까지 행복한 만남으로 가득차는 삶은 진정 아름다운 소풍같은 삶이 아닐까? 레드코치 소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