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343 0 16-10-28 19:17
이즈음이면 레드스쿨 선수촌의 베란다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립니다. 주변의 감나무에서 막 따온 덜 익은 감을 정성스레 손으로 깎아서 흰색 실로 가지를 묶어서 베란다 부근에 매답니다. 방마다 자랑이라도 하는 양 많은 감들이 다투어 매달려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세월 시골의 외할머니 댁에서 만났었던 풍경들이 생각납니다. 레드스쿨은 자연 속에서 선수들을 만납니다. 우리 선수들은 회색이 즐비한 도심이 아니라 녹색이 충만한 시골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누려야 할 것을 모두 누리고 있습니다. 봄에는 봄의 색을 만납니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들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이어서 연두와 초록을 선수들이 만납니다. 산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날마다 지켜보며 봄의 색을 궁금해하는 선수들을 만나고 같이 나누며 봄을 즐겼습니다. 여름에는 여름의 색을 만납니다. 더욱더 짙어진 초록, 뭉게뭉게 피어나는 하얀 구름, 우러러 보게 되는 파란 하늘을 선수들이 만납니다. 남선수뿐만 아니라 여선수들도 간만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마저도 시원해집니다.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레드스쿨 선수들은 비를 맞으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가을에는 가을의 색을 만납니다. 초록을 넘어 이제는 빨강, 노랑 그리고 갈색으로 갈아입으며 하늘로부터 땅까지 내려오는 가을의 기운을 몸에 가득히 느낍니다.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온갖 자연을 품고 사는 레드스쿨 선수들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지리산 2박 3일 종주를 통하여 더 진하게 가을을 만나고 옵니다. 겨울에는 짙은 갈색을 메우고 있는 하얀색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의 산과 저수지의 영향으로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듯한 하비람골 레드스쿨에서 선수들이 마음속에 하얀색을 그립니다. 눈밭에서 뛰노는 선수들을 보며 같이 눈을 헤치며 지냅니다. 이따금씩은 눈싸움이 아닌 눈전쟁도 벌이는 선수들이 멋있어 보입니다. 여느 도시들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이곳 시골에서의 생활은 우리 선수들을 자연 속에 있게 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생활하고 즐기며, 그 곳에서 하나가 되는 삶을 즐깁니다. 이게 노자가 얘기한 ‘무위자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품고 사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선수를 사람되게 하는 쉬운 길 중의 하나일 것으로 봅니다. 오늘도 옷을 갈아입는 산을 보며 선수들은 자라고 있습니다. 레드스쿨 무지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