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346 0 16-10-28 21:17
레드스쿨 선수들은 2주에 한번 집에 갑니다. 우리는 집에 가는 것을 친청간다하고 이를 ‘친정나들이’라 부릅니다. 2주에 한번 친정 가는 날은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선수들 마음은 온통 친정에 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이리 들뜨면 코치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선수들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니까요. 아니 우리 코치들은 선수들 마음이 되고 싶으니까요. 점심진지를 하고 나면 한명 두명. 커다란 캐리어를 킁킁거리며 들고 나와 회랑 앞에 쪼로로 줄지어 세워 놓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습니다. 선수들과 친정가는 그 캐리어가 참 이쁩니다. 캐리어 속에 꾹꾹 눌러 담은 그 마음도 이쁘고요. 그.랬.는.데... 그 봄날 대전역인가요. 긴 생머리 여고생 몇몇이 캐리어를 들고 내려오는데 난 그만 캐리어 반대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말입니다. 캐리어 든 여고생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날 캐리어를 끌고 깔깔거리며 세월호 배에 오르던 아이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과 그 가방들... 그 가방 속에 담긴 그들의 꿈들 오늘로 아이들이 수학여행 떠난지 100일 되는 날입니다. 후배는 돌 지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십자가를 들고 팽목항으로 떠난 단원고 아버지들을 따라 길을 걷고 서울 친구들은 시청앞에 모여 집회를 합니다. 그리고 15일 대전에 오시는 교황을 만나러 모두 만나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른인 것이 미안해서입니다. 어른인 것이 이렇게 미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난 선생인 것이 코치인 것이 너무 미안합니다. 그리고 올 봄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어찌하면 잊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것이 내가 레드 스쿨 선수들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일 터인데 말입니다. 그들의 가방을 지켜주는 일! 말입니다. 레드스쿨 참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