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479 0 16-10-28 23:18
지난 주 루스 베네딕드의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 문화의 틀을 국화와 칼이라는 두 가지의 상징으로 풀어나가는 책이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화의 민족, 한편으로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칼의 민족. 이런 이중성은 결국 일본의 문화로 통합되어 자리잡아 있습니다. 둘이 달라 이중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둘은 하나로 묶여있습니다. 아니,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입니다. 살면서 내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시절 그 문제로 한참을 끙끙대며 스스로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가했습니다. 다른 멋진 성격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닮고 싶어 따라했고, 저는 억지로 성격 꾸며댄다는 생각에 따라하면 할 수록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과의 괴리감에 눈물도 흘렸습니다. 어제 새로 맡은 반의 한 선수를 상담하였습니다. 그 시절 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딱 이 시절에 들던 고민이었습니다. 자신의 성격이 보잘 것 없이 느껴져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고 만들어내고, 그 사이에 자신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서 저는 점점 나이가 들어갔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생각들이 익어가면서 점점 그 두 가지의 모습이 전부 ‘나’라는 인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지독히 미워하는 마음 뒤켠에는 지독히 사랑하는 마음이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그 둘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고민하고 닮으려고 애를 쓰고 때론 익숙하지 않아 가식적으로 혹은 이중적으로 느껴지지만 그건 모두 제가 익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와 상담을 한 선수에게도 같은 말을 해 주었습니다. 코치님은 너를 사랑한단다. 그런 너도 너를 사랑해주렴. 그리고 너에게 미움 받는 마음 속 그 아이도 너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렴, 많이 외로울거야, 꾸민 것처럼 느껴지는 너의 모습도 속에서 떨고 있는 너의 모습도 사랑해주다보면 둘이 악수하는 날이 올거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인정해주고 그저 사랑해주렴. 코치님과 함께 무럭무럭 익어가자. 레드코치 소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