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463 0 16-10-28 23:23
봄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다시 온 봄날에 레드는 지금 눈이 부십니다. 그런데 봄 이야기를 해도 될런지요. 어른인 것이 미안해서 선생인 것이 미안해서... 다시 온 봄을 어찌해야 할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다 어른인 것이 미안해서입니다. <멋진 뼈다귀>란 그림책 속의 봄 풍경입니다. 해마다 봄이 오고 4월이 시작되면 엎드려 읽던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펄은 학교가 끝나도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세상에 볼 게 너무 많잖아요. 그러던 봄날 펄은 집으로 가다가 숲 속 봄 풍경에 반해 “아, 너무 좋아” 혼잣말을 하고는 눈을 지긋이 감고 봄에 빠져버립니다. 그렇게 이 그림책은 시작되지만 난 여기까지만 읽어요. 봄을 느끼는 주인공 펄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그냥 여기까지만 읽고 보고 그래요.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란 그림책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검피아저씨는 강가에 살고 배가 한척 있지요 어느 날 아저씨가 배를 끌고 나오고 동네 아이 둘이 태워 달라고 하자 아저씨는 서로 싸우지만 않는다면...하고는 태워줍니다. 그 다음 토끼가, 고양이가, 강아지가 태워 달라하고 검피 아저씨는 그 때마다. 깡충깡충 뛰면 안 된다/ 강아지에게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면 안 된다/ 배 안을 더럽히면 안 된다/ 하면서도 다 태워줍니다. 차례차례 올라타고 뱃놀이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럴리가요! 곧 배는 뒤집히고 모두 강물에 빠지고 말지요. 검피아저씨와 동무들은 강기슭으로 올라와 따뜻한 햇빛에 몸을 말립니다. 그리고는 “얘들아 집으로 돌아가자 지금은 차 마실 시간이야” 소리에 이렇게 한 줄지어 아저씨 집으로 돌아갑니다. 해가 지고 하루종일 차마시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검피 아저씨는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합니다. 검피 아저씨는 어린 동무들이 싸울 줄 알고 있으며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다닐 줄 알았으며 돼지가 더럽힐 줄 알았으면서도 배를 태워줍니다. 빠질 줄 알았던 거지요. 검피아저씨는 그대로 봐줍니다.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누군가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기도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차를 타주고 함께 차를 마십니다. “It’s time for tea.” “얘들아 차 마실 시간이야” 차 마실 시간! 참 기분 좋은 말입니다. 차 마실 시간. 차 마실 시간. 차 마실 시간이야. 월요일 수업 아이들과 무슨 차를 마실까? 맛난 차를 준비하고 차에 어울릴 꽃잎도 준비하고 차와 마실 과자도 하나씩 준비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과 꽃그늘 아래 모여 앉아 차를 마셔도 되겠지요? “얘들아 차 마실 시간이야“하면서요. 검피 아저씨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검피 아저씨 같은 선생이 되고 싶어요 이리도 슬픈 봄날이지만 아이들과 차를 마시며 저 숲속의 펄처럼 나는 그대로 내가 봄이 되고 싶어요. 레드스쿨 참외 코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