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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 칼럼 89: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작교

421 0 16-10-28 21:35

몇 년만에 입학지원자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갑니다.  헤드코치가 되고 나서부터는 담임들의 열정이 가득해서인지  왠만해서는 가정방문을 저에게 양보해주지 않는 형편입니다.  어찌어찌 기회가 와서 이번에 레드 1학년으로 지원한  한 남학생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가게 되었습니다.  가기 일주일 전부터 꺼내서 보고 또 보고 입학원서를 자꾸만 바라보게 됩니다.  가정방문 매뉴얼도 여러번 반복해서 보면서 분위기를 떠올립니다.  약속날짜가 되어 광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자  벌써 6년 전의 일이 된 창립 전 1기 지원자들의 가정방문을 가던 때가  뭉글뭉글 가슴에 떠오릅니다.  한 45명의 집을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엄청난 일을 어찌했나 싶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 때를 떠올리면 벅찬 가슴과 손과 발이 뜨거워지던 순간들이  여전히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강원도 동해부터 경상남도 통영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가지가지 집들을 보았고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알아차리게 된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 있는 부모도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무지한 부모가 있습니다.  나름으로 참으로 사랑한다고 한 일들이었습니다.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생애 초기에 육아환경이 어떠했느냐,  어떻게 관계했느냐가 지금의 그 아이에게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참 슬퍼집니다.  그리고 사랑받아야 할 때 믿음을 체득해야할 때 그렇지 못했던 이 아이들을  더 깊고 뜨거운 사랑으로 안아주리라, 더 많이 이야기 들어주리라 다짐합니다.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세련된 엄마가 깔끔한 집안으로 안내합니다.  엄마아빠는 맞벌이시고 아이가 등교하기도 전에 출근을 하십니다.  아이는 늘 혼자 아침밥을 먹고 학교를 갑니다.  사실은 이 아이가 아침을 먹는지 안먹는지 부모는 알지 못합니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키운 기억을 전혀해내지 못합니다.  자신은 아기가 너무 싫었다고 합니다.  조금 커서 얘기가 되는 지금이 더 좋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나있는 아기에게 친정엄마는 죽을지도 모르니  정주지 말라고 했고 안아주지도 말라고 해서  늘 3,40분을 울게 두었고 예민한 엄마는 잠자기가 너무 힘들어  기어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다른 방에서 혼자 재웠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가슴이 너무도 아파옵니다.  아이를 만나지 않아도 아이의 얼굴이 어떨지, 눈빛이 어떨지 느끼게 됩니다.  지금 아이는 가슴 속 분노를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엄마에 대해서, 아빠에 대해서  애정 어린 말로 단 한마디의 표현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자신에 대해서도 무관심합니다.  학교와 집에서의 모습은 아주 딴판입니다.  엄마와 스킨십은 아예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갓난아기 때부터 극장을 함께 다녔다고 자랑스레 말합니다.  아이가 텔레비전을 좋아해서 많이 보여줬다고 합니다.  게임은 하루에 한시간씩만 꼬박꼬박 하게 해주었답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방법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문제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세상에 문제 있는 부모도 없습니다.  다만 무지한 부모가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문제없는 아이들을 만나러 레드로 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을 만나러 갑니다.  지금 사랑을 만나러 갑니다.                                레드코치 산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