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372 0 16-10-28 21:34
문득 저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친구들과 가끔 놀러 다니고 부모님과 선생님 몰래 못된 장난 한 번씩 치고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를 하고,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고... 이에 비교되는 레드의 삶을 바라보며 한 번씩 저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학창시절 레드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레드의 축제 ‘장대울 아름제’가 끝이 났습니다. 레드에선 많은 기적들이 일어나지만 저는 축제가 끝날 때면 늘 100명의 기적을 보곤 합니다. 연습시간 부족하다고 졸라대고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아이들은 계속 연습을 합니다. 기타를 치다 손이 까져 반창고를 붙이고, 목이 쉬어 스트랩실을 먹고, 힙합을 하며 온 몸에 파스질을 하고... 그 열정들을 통솔하고 들어주기에도 저는 진이 다 빠져버립니다. 무대가 펼쳐지고, 실력이 나오든 그렇지 않든 최선을 다한 아이들은 마치 기적처럼 반짝반짝 거립니다. 그리고 축제의 끝과 함께 털썩 이부자리로 쓰러집니다. 저는 이부자리에 털썩 쓰러질 기회가 있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자신의 힘을 다 소진해가며 학창시절을 보낸 적이 없기에 이런 기분 좋은 탈진이 너무 부럽습니다. 일반 학교 축제에선 잘하는 소수 아이들에게만 전야제의 빛나는 시간이 허락됩니다. 하지만 레드는 모두가 빛이 날 기회를 얻습니다. 그리고 탈진을 할 정도로 몰입한 아이들은 기어코 그 빛을 쟁취합니다. “코치님 내년에는 좀 쉬운 부서 들어갈래요” 아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 참 웃음이 납니다. 분명히 아 말은 한 아이는 기분 좋은 탈진을 경험했고 내년엔 아마 또 다른 힘든 동아리를 찾아 이동하겠지요. 자신이 경험한 빛의 감동이, 다해서 사는 삶의 뿌듯함이 이미 이 아이의 가슴을 꽉 채웠을테니까요. ‘내가 학창시절 레드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질문입니다. 이렇게 다하는 아이들을 코칭하려면 저도 힘을 다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축제가 끝나고 저도 이부자리에 털썩 쓰러졌었네요. 빨주노초파남보, 욕망 접촉의 시작점... 여기는 늘 다해서 사는 오늘도 내일도 빛나는 레드입니다. 레드스쿨 코치 소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