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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 칼럼 116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오작교

470 0 16-10-28 23:44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 집을 짓고  날마다 산책을 했으며  날마다 일을 했고  밤이면 글을 썼지요.  그의 글은 그의 일, 그리고 그의 산책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나온 책이 <월든>이고  <월든>은 돌아가신 법정 스님이 제일 좋아한 책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세금을 내지 않아 감옥에 가게 됩니다.  노예 제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영토를 넓히기 위해 멕시코와 전쟁을 시작한  주 정부가 옳지 않다며 세금 한푼 내지 않았고  기꺼이 감옥에 갑니다.  이 내용은 또 그대로 그의 책 <시민 불복종>이 되었구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 사상>은  인도 간디의 무저항 비폭력 행진으로  러시아의 톨스토이 작품 속으로  함석헌 씨알 속으로 남아  지금 여기에 살아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은  레드 선수 연설문 속에 살아있고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살던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 월든 호숫가에는  <헨리>라고 씌인 아주 작은 비석이 있을 뿐  소로우는 자기 무덤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군요.  내가 날마다 걸었던 이 곳,  이 길, 이 숲, 이 바람 속에 다 내가 있다고요  아- 나도 이렇게 대해서 살고 싶은데...  조선의 정조임금님  세종에 버금가는 책벌레에  학문을 사랑하고 공부를 좋아했지요  하지만 정조는 <문체반정> 즉 옳은 글이란 명분으로 백성들의 글쓰기로  백성들의 생각을 길들이려 했고,  하지만 보잘 것 없는 성균관 유생  이옥은 과거에 자기 생각을 자기 식으로 써서 냅니다.  정조는 바른 문장을 몇 번이나 써오라 숙제를 내주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경상도로 충청도로 군대 귀양살이를 보냅니다  이옥은 정조의 뜻에 따라 10년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고요.  글만 고치면 되는데 글을 고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이옥은 벼슬도 못하고 잘 먹고 잘 살지도 못하고  언제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귀양에서 돌아온 이옥은  출세를 버리고 자기만의 문체로 글을 씁니다.  출세하려고, 책을 내려고가 아닌 그냥 씁니다.  그것이 가장 큰 이옥의 저항이었습니다.  내 뜻대로 쓰지 않은 글은 내가 없는  나없는 글이 되고 맙니다.  그러다 내뜻이 무엇인지조차 잃어버리고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 정신은  이옥의 글쓰기 정신은 어디서 왔을까요?  레드 인문학부 선수들과  니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신은 죽었다>란 말의 의미가  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드높음을  이라는 해석 앞에 아이들은  숨을 멈추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소로우,  이옥,  니체,  그들 정신의 드높음은  바로 일상을, 자연을, 다만 그대로 보고  그대로에서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보고  그 진실을 그대로 썼을 뿐입니다.  어느 날 이옥은 북한산 오르고 글을 씁니다.  < 세검정에 오른 것도 멋지고, 승가사문루에 오른 것도  멋지고, 문수사 수문에 올라간 것도 멋지고...  시끌시끌하여 멋진 것도 있고, 적막하여 멋진 것도 있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 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이렇게 멋진 것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와 보지도 않았을 게야.“>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가운데  이옥은 출세하려고  그리하여 잘 먹고 잘 살고  두고두고 이름을 남기려고  글을 쓰기 않았습니다.  멋지기 때문에  멋지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이옥처럼  니체처럼  이들은 자기 글이 있습니다.  자기글이 있는 사람은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소로우처럼 이옥처럼  심심해서 책을 읽고  심심해서 글을 쓰고  저의 꿈입니다.  레드 선수들은 아침 책읽기로  다 함께 다 같은 책을 읽습니다.  9월의 멋진 날, 멋진 아침, 다 함께 읽는 책은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입니다.  멋지지 않은가요?  참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