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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 칼럼 114 “코치님, 헨리들입니다”-1

오작교

523 0 16-10-28 23:34

지난 일요일 카톡사진 하나가 왔습니다.  올해 레드스쿨을 졸업한 남자 선수들이 지금 제주도 여행을 한다는군요.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요  대학 들어가 방학이 되면 제일 먼저 자전거타고  제주도 일주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더니 정말 지금 제주도에 있네요.  사진에는 “코치님 헨리들입니다”라는 말과 함께요.  여기서 헨리는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라는 그림책 주인공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지금 그림책 주인공 헨리처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책 주인공 헨리를 잊지 않은 것도  헨리처럼 사는 것도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 온 것도  다 기쁘기만 합니다.  자신들이 헨리들이라며 헨리처럼 산다니 걱정이 없습니다.  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헨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그 헨리입니다.  월든 호숫가에 혼자서 통나무 집을 짓고 살았던 헨리말입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에 쓴  통나무 집을 짓는 과정도 그림책이 되어 나왔고  친구랑 피치버그에 놀라가는 이야기가  바로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요>입니다.  헨리와 친구는 피치버그까지 여행을 합니다.  시골구경을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둘이는 피치버그 가는 방법이 다릅니다.  친구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차를 타고 가고  헨리는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헨리는 48킬로미터 하루를 꼬박 걸어서 갑니다.  자연스럽게 둘이는 누가 먼저 피치버그에 가는지 내기를 합니다.  헨리는 피치버그까지 걸어서 가면서  돌담을 걷고, 강을 건너고,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거슬려 오르고,  벌집을 건드리고, 새둥지를 찾고...  그러다보니 피치버그에 도착하는 내기에서는 지고 말았지요  “난 딸기를 따느라 늦었어”라고 하면서요.  4-5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 자라 각자의 길을 찾아간 레드 졸업생들.  이렇게 방학하자마자 자기 몸을 움직여 길을 나아가고  서로 어울려 자연을 즐기고 있네요.  지금 무엇 무엇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에  약속대로 길을 떠났습니다.  삶에서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과정을 놓치지 않고 즐기는 삶!  이들과 수업했던 하루하루가 생생합니다.  이 선수들을 생각하면 수업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었지요.  선수와 선수는 물론  선수와 코치, 서로를 성장시켜 주었던 아이들.  나와 했던 책읽기 수업처럼  그들 인생수업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아이들  한명이라도 서운한 사람이 있었다면...  한명이라도 낙오자가 있었다면...  서로의 약함과 원함을 알아주고 챙겨주던 아이들.  <헨리는 피치버그에 걸어서 가요>를 읽고 이야기 나눌 때,  과정을 놓치지 않는 삶이 가장 큰 목적을 이루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헨리’라고 했습니다.  우리 이렇게 헨리처럼 살자 했지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이렇게 ‘헨리’처럼 살고 있네요.  레드 안에서의 보이는 성장  레드 밖에서의 안 보이는 성장  선수들의 성장만큼 코치를 기쁘게 하는 일을 없지요.  이제 나도 헨리처럼 한발한발 걷습니다.  찬찬히 주위를 돌아봅니다.  또 다른 어린 헨리들과 함께 말입니다.  레드스쿨 참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