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464 0 16-10-28 21:37
위 그림은 로트렉의 <세탁부>라는 그림입니다. 세탁대를 잡은 저 손을 보세요 일하는 손 맞지요? 그런데 일하다 말고 어딜 보고 있는 걸까요 머리에 가려진 눈이 보고 있는 곳! 로트렉은 왜 세탁부를 세탁부가 보고 있는 곳(시선)을 그렸을까요? 겨울방학을 맞이해 어제부터 드로잉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한 번도 욕심 내 본 일도 기웃거려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큰 맘 먹고 드로잉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여름 레드 코치들과 함께한 G.T 그랜드 투어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낸 예술가와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현대예술을 만나고 고흐 피카소를 세잔을 만나고 하지만 내가 미술관에서 만난 것은 하나의 예술품이 아니라 그들의 고민이었고 그 고민이 열어낸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나는 이를 <최고의 고민>이라 부르고 싶어졌고요. 그들은 무엇을 보았기에 최고의 고민이 시작되었을까 작품이라는 결과물 속에 보이는 그 고민의 시작과 과정들... 내가 드로잉을 배우고 싶어진 것은 그대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이고 그대로 그리고 싶어진 것은 그대로 관찰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대로 관찰하는 법! 그대로 보고 싶은 것입니다.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것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대로 봐야 사랑이 시작될 수 있는데... 철학자 니체는<우상의 황혼>에서 교육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보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보는 법을 배워야 정신력을 배울 수 있고 정신력은 반응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힘이고 즉각 반응하지 않아야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을 살 수 있고 그것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의 시작이라고요. 그야말로 자세히 보는 눈이야 말로 사물인식의 시작이고 자세히 천천히 보는 눈이야 말로 삶의 시작이고 예술의 시작이란 거지요. 정교하지 않은, 촘촘하지 않은 예술은 존재하지 않지요. 내가 이번에 유럽에서 경험한 것입니다. 고흐도 피카소도 수천 장의 스케치가 있었고 세잔도 같은 산을 수백 번 그리고 그렸습니다. 그러니 수백 번 보았을 것입니다. 수백 번 보는 것에서 사색이 시작되고 그것이 예술이 됩니다. 내가 이제까지 드로잉을 배우지 않은 것은 그림을 잘 그릴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긴 시간 볼 자신이 없어서였습니다. 천천히 오래 보는 일처럼 나에게 힘든 일은 없습니다. 이제 드로잉을 시작합니다. 그대로 잘보기 위해서 잘 만나기 위해서 나는 오늘 삼각형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밖으로 나가 자연을 그리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봄이 되면 아이들과 밖으로 더 자주 나가려 합니다. 최고의 드로잉 스승은 바로 문밖의 나무와 언덕이라고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인 것을 압니다. 아이들을 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봅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을 만날 때(볼 때) 그 사람이 빛나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다.” 참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