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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칼럼 111 처음처럼

오작교

446 0 16-10-28 23:32

마리아는 벌써 레드스쿨의 코치로 금산에 들어온 지 6년째입니다.  뭐가 풀이고 뭐가 잡초인지도 몰랐던 그녀가  이젠 창포, 담쟁이도 척 보면 알고 잔디는 언제 밟지 말아야 하는지,  물은 언제 주어야 하는지 등도 슬슬 꿰어지기 시작한답니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첫 솔로타임 출발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장현이, 수진이, 정호, 하윤이가 첫 출발선수들이었지요.  10월3일 성인식을 치르기 위하여 거치는 여러 관문 중 첫 번째인 솔로타임..  24시간을 산 속에서 물과 건빵, 비닐 하나에 기대어  오롯이 자기 자신의 삶과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  처음 하는 경험인 아이들에게 물론 신비롭고 새로운 시간이겠지만  이런 의식이 벌써 5년째인 그녀에게도 또한 신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5년째인데도 전혀 지겹지 않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의식을 하나하나 다른 빛깔의 아이들과 해나가고 있어서인 모양이겠지요.  선수들이 금의환향하듯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솔로타임을 무사히 수행하고 온 모습에  그 아이들이 처음 레드에 왔을 때의 아기같이 어렸던 얼굴이 그림처럼 지나갑니다.  그녀는 이런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헤드코치 역할도 4년째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선수들 만나는 아침이 설레고  오늘 수업준비를 하는 새벽이 긴장감으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모두 생명력 가득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하는 덕분임을 그녀는 압니다.  레드가 세워져가는 동안  검었던 머리 사이로 흰머리가 제법 많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주름살도 많이 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7년 전 생기로 가득하던 눈빛을 여전히 만날 수 있습니다.  첫 수업날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을 향한 기도하는 마음, 싱그럽고 따스한 초여름바람 같은 눈빛을  그녀는 오래오래 갖고 싶습니다.  마리아는 오늘도 레드로 들어갑니다. 사랑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을 위한 기도                          김시천  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  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 주소서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알게 하소서.  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진실로써 피 흘리길 차라리 바라오며  아이들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 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 바라나이다.  당신에게 바치는 기도보다도 아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이 더 크게 해주시고  소리로 요란하지 않고 마음으로 말하는 법 깨우쳐 주소서.  당신이 비를 내리는 일처럼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  남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 끝내 지키도록 해 주소서.  흙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와  그들 곁에 순한 바람으로 머물게 하소서.  저 들판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할 뿐입니다.  저 들판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들의 믿음을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레드코치 산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