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518 0 16-10-28 23:49
오늘 6학년 선수들이 대입 수능을 보았습니다. 잘 본 선수도 있고, 못 본 선수도 있는데 마음과 눈길은 시험을 못 본 선수에게로 갑니다. 괜찮은 척 미소를 띠지만 이따금씩 나오는 탄식의 소리와 표정들. 지난 1년간 이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새벽까지 자신과 씨름을 해 온 것을 봐왔기에 자꾸 마음이 쓰이지만, 오늘은 별다른 말을 해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슬픔이 오면 슬픔이 되고, 먹먹함이 오면 먹먹함이 되고, 무슨 감정이 찾아오든지 오늘은 그냥 그것이 되고, 내일 혹은 모레에는 훌훌 털고 다시 새해 첫날처럼 일어나길 바래요. 우리 선수들 그동안 숫한 어려움을 이겨왔듯이 이번에야 말로 더더욱 실망스러운 순간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만나고 이겨내기를, 자신의 한계를 만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인격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참으로 멋진, 자유롭고, 풍요롭고, 건강한 어른이 되어가기를 기도합니다. 기은, 주영, 호철, 창우, 승훈, 임규, 재호, 종욱, 예원, 소이, 지수 우리 선수들 수고했습니다. 응원은 이제부터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불씨 바람이 일어 날렸다 빗방울 흘러 식었다 큰불을 만나 숨었다 어둠에 갇혀 울었다 하지만 보리라 순간 빛나다 꺼져간데도 끝내 보리라 마른 풀처럼 쓰러져 죽었다해도 모두가 불 끄고 돌아가버린 깊은 어둠 속에서 다시 살아나 숨 쉬고 있는 붉은 피 한 방울을. 15.11.12 선수촌코치 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