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569 0 16-10-28 23:49
유명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불법사전』에 보면 ‘놀다’란 단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일을 멈추다. 일하다의 반대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의어.” 그러고 보면 거창고등학교 ‘전성은’ 전 교장의 인터뷰의 내용도 함께 떠오릅니다. 인터뷰에서 질문이 어떻게 학생들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까?라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잘 놀게 했더니 공부도 잘하던데요.” 한때 대안학교의 수준으로 시작했던 거창고등학교가 지금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켜가고 있는 그들의 문화 중 하나는 첫 함박눈이 내리면 방송이 흘러 나와 하던 수업을 멈추고 뒷산으로 ‘토끼몰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때 뛰는 심장 박동, 600명과 전 교사가 산으로 뛰어 올라가는 동질감. 교육과 놀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희 레드스쿨은 어떤 가요? 지난 무지개 코치의 레드칼럼은 댄스파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상 그 어느 학교에서도 전교생과 교사가 조명 아래 미친 듯 몸을 흔들어대는 장면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함께 아이들과 뛰며 연실 “멋져, 멋져”를 외칩니다. 노래 하나에 반응하는 선수들의 심장이 왜 우리가 레드인지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헤드코치님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이런 자신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제가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저 밖에선 풋살장에 조명이 꺼지지 않습니다. “지금 시간이 몇시야?” “25분” “아직 멀었어” 코치인 제가 다가오니 혹시나 우릴 멈추게 하지 말아달라고, 아직 우린 더 축구할 수 있다고 들려주려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입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그냥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야~ 김성현, 니가 초등 축구 1등이잖아! 장현이 형 별거 아녀~ 달려 들어!” ‘삶을 예술로 가꾸는 학교, 레드스쿨’ 어떤 대안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은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순간이 의미일 수 없고 학습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놀아야 합니다. 아 다시 말을 해야겠군요. 놀이가 곧 학습입니다. 지난 아침 조회에서 아침 햇살님께서 ‘할아버지 말씀’대신 가만히 못 보던 곳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셨습니다. 그때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적어도 그 순간 제가 바라보는 아이들 눈빛에는 ‘지금 여기’에 고요히 머물러 가더군요. 우리는 삶의 질을 위해 그토록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경제적 요인이 갖추어져야 선택의 폭이 넓은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되고 또 그것이 꼭 틀린 말이 아니란 것도 알지만, 사실 알고 있습니다. 경제의 여부보다 앞서 우리는 삶을 행복하게 만들 요건들을 얼마든지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요. ‘지금 여기’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 그러니 눈치 보지 않고 때론 모든 것을 멈추고 뛰는 심장 박동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놀 줄 아는 사람. 저희 레드 선수들은 바로 ‘호모 루덴스’입니다. 레드는 ‘가만 있으라’라고 교육하지 않습니다. 레드는 ‘눈치보지 말고 뛰어’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레드는 잘 놉니다. - 레드스쿨 소낙비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