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458 0 16-10-30 12:43
흙먼지가 일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선수들은 함께 달리고 뜁니다. 운동장은 학교과실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학교과실이 선수들이 치열하게 학습을 하는 곳이라면, 운동장은 놀이와 휴식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안식처입니다. 그 곳 만큼은 아이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곳이죠. 각 개인의 신체활동 모습을 뽐내고 드러낼 수 있는 운동장은 때로는 그들의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무대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조금만 알려주고 함께했을 때 열심히 하는 남 선수가 ‘지구인’이라면, 여 선수는 ‘화성인’으로 말이죠. 화성인도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코치님, 저 오늘 아파서 못해요.” 이런저런 핑계로 수업을 기피하는 선수 “코치님, 저 운동 못해요.”를 연발하는 선수 “코치님, 그냥 자유 시간 주세요.”라고 외쳐대는 선수 코치가 부정적으로 한마디를 한 것 때문에 코치를 XX처럼 바라보는 선수 이렇게 체육 수업을 진행하기 앞서 한 숨부터 나오는 일이 일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마음속에서는 재미있는 체육활동을 잘 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합니다. “코치님, 재미있는거 해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죠?” 그렇습니다. 여 선수들은 체육 활동이 정말 싫은 것은 아닙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상대적으로 신체적인 체험을 많이 할 수 있는 남학생에 게서는 그 경험이 곧 ‘재미’와 ‘의미’로 나타납니다. 여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익숙함’과 ‘재미’입니다. 바로 이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구기종목과 뉴스포츠를 중심으로 여 선수들의 수업이 개편되었습니다. 많은 종목을 다루기 보다는 한가지 종목을 하더라도 차근차근 익숙해지도록 배우는 것이죠. 그 중 첫 종목은 ‘축구’입니다. 레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기도 하죠. 숏패스부터 롱패스와 각 종 스텝 킥, 슛팅법, 전술등 하나씩 차근차근 가며 패스게임도 해보고 공뺏기 게임도 하니 선수들은 조금씩 수업에 집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뱉기도 하죠. “코치님, 저 잘해요?”, “코치님, 저도 봐주세요!” 등등의 이야기가 만연합니다. 이 때 선수들에게 조금 더 격려와 조언 그리고 칭찬을 해주면 우리 선수들은 ‘재미’를 기반으로 하여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결국 체육활동의 경험이 내공으로 쌓이게 됩니다. 평소에 몇몇이서 체육활동을 하거나 체육대회에서 시합을 할 때는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이제 체육시간 만큼은 즐거워합니다. 체육시간에 하는 활동에서는 정말 한 명의 선수로써 누구든 평등하게 뛸 수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화성인’이었던 레드 여자 선수들 ‘지구인’으로 거듭난 것이겠지요? - 레드스쿨 체육과 코치 우농 나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