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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 칼럼 161 들꽃마을 뒷산

오작교

394 0 16-10-29 00:19

레드에 와서 하는 일과 중 하나가 들꽃마을 뒷산을 산책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 산에는 소나무가 심겨져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푸른 산인데,  3월에 본 들꽃마을 뒷산은 거무죽죽하고 회색빛을 띤 나무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메말라 죽어 있는 나무들을 보며 참으로 황량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비가 몇 번 내리고 열흘 정도 가지 않았던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산책길은  확연히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나무들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초록 빛깔의 산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고사된 나무라고 보았던 저의 판단이  잘못이었습니다. 박완서 소설 ‘나목’이 떠올랐습니다. ‘나목’에서 이경은 옥희도가  그린 하나의 그림을 전쟁의 삭막함 속에서는 ‘고목(枯木)’으로, 전쟁이 끝나고 삶이  속에서는 ‘나목(裸木)’으로 보게 됩니다.  3월에 본 나무들은 제 마음과 함께 보아진 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본 것은 분명 죽어있는 것만 같았던 나무였는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때에 맞춰 피어나는 싹들이 숨겨줘 있었고, 꽃들이 숨겨줘 있었으며, 열매가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지만, 제가 본 것이 제 생각  속에서 비춰진 모습이었기에 그렇게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뒷산은 여러 종류 나무들로 산이 꽉 차 있습니다. 저마다 싹을 틔우는 시기가  다르고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며, 또 어떤 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봄이라는  큰 계절의 울타리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지금은 무성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열매가 달린 몇 그루 나무들을 눈여겨보며 제 마음을 좀 풍성히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레드 사감코치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