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251 0 23-12-11 11:24
오랜만에 대학교 후배를 만났습니다. 공교육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친구는 올 해로 교사 5년차입니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경험도 쌓였고 신규일 때의 열정이 조금 줄어들기도, 한편으로 노련해 지기도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페에 앉아 살아온 날들도 이야기하고 어려운 점들도 이야기하며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후배가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형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일까요? 아직도 어려워요.”
저에게서 답을 얻기 위한 질문도 아니고 아마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질문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 말에 웃으며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될 생각 말고 애들 앞에서 니가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나 말아라.”
후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은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잘하는 것,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겠지요. 그렇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분을 잊지 않는 것 아닐까요?
최근 <화란>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송중기의 연기 변신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는데 아쉽게도 영화는 26만 관객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극중 '연규'라는 인물이 송중기가 연기한 '치건'이라는 인물을 만나 믿을만한 어른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연규'는 새아버지와 살고 있습니다. 새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해 연규를 마구 때립니다. 그러다가 술이 깨면 후회를 하고 사과를 하지요. 잘해주고자 다짐한 날에는 노력도 이것저것 해봅니다. 그렇지만 연규는 그런 새아버지가 두려워 가까이만 오면 몸을 덜덜 떨지요. 예시가 조금 과장스러운 면은 있지만 연규의 새아버지는 좋은 부모, 어른일까요? 아마 모두 아니라고 하겠지요. 부모로서 기본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이란 아이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주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교사의 기본은 말과 행동입니다. 학생에게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고, 존중의 행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마음이 평온할 때에는 기본을 잘 지키겠지요. 그렇지만 학생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학생이 내 마음과 달리 성장이 더딜 때 등 상황이 달라지면 어떨까요? 기본이란 말 그대로입니다. 어떤 상황이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꼭 영화를 예시로 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근태를 어기는 동료, 일이 평범하더라도 근태가 성실한 동료. 누가 더 신뢰감이 있을지 생각해 보아도 될거 같네요.
"저는 후배에게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나 말아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일관된 모습으로 학생 앞에서 기본에 충실한 교사가 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자녀가 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더라도, 너무 나를 화나게 하더라도 부모로서 먼저 기본에 충실하여 생각을 해야겠지요. 그게 어른스러움일 겁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낙비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