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live)마리아
365 0 15-01-14 17:06
엄청나게 추웠던 겨울 아침, 1년 동안 고생한 언니, 오빠들이 드디어 수능시험을 보러가는 모습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쉽기도 했지만, 뜻 깊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벅차오름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었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두렵고, 또 설렜을까요. 어느새 그날의 벅차오름도 끝이 나고, 이렇게 벌써 창업하는 선배들을 위해 축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축사를 준비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너무 많아 정리가 되지 않고, 뜻 깊고 좋은 날이니 만큼 뭔가 멋있는 축사를 써주고 싶었는데, 글 솜씨가 부족해 마음만큼 되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하나씩 써보았습니다. 언니들과 오빠들의 모습을 보고, 커가며 배워가고 따라 해보니 그때의 이해하지 못했던 언니들의 모습과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언니들이 저에게 해주었던 말을 저도 어느 샌가 동생들에게 똑같이 해주고 있었습니다. 오빠들의 다정함과 재치를 저희 반 남자애들과 비교하기도 했고, 언니들의 명랑함과 유쾌함을 배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저희 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서운했던 일들이 미안한 일들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 오빠들이 학교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항상 레드의 웃음과 큰 목소리가 되어주었고, 제가 의지할 수 있었고, 어리광 부릴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들이자, 또 항상 그대로 있어주어 든든했고,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먼저 다가와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도와달라고 하면, 자기 일인 듯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해주고, 울거나 힘들 때는 옆에서 위로해주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아낌없이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는 언니, 오빠들에게 도움 하나 되지 못한 나쁜 동생이었던 것만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길게는 5년, 짧게는 2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많이 감사합니다. 이제는 이때까지의 모든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이제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지금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되겠죠. 제가 대학생활은 잘 모르겠지만,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간 대학이니 만큼 그만큼 재밌지 않을까요? 그래도 혹시 너무너무 힘들다 싶을 때는 꼭 들러주세요. 이제 저도 바쁜 수능생이지만 반갑게 맞이해드릴게요. 우리 레드스쿨은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멋졌던 학년인 만큼 빈자리도 클 것 같습니다. 아쉬워도 꾹 참고 언니, 오빠들의 창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