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코치
567 0 14-10-28 08:43
쉬는시간 학교과실에 들어갑니다. 몇 명이 엎드려 자고 있네요.헉! 그런데, 한명이 눈을 뜨고 자고 있습니다. 눈이 커서인지, 아니면 눈꺼풀이 작은건지, 제가 헉 하고 놀라면 다른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그 아이의 허술함에 대해 한바가지를 이야기합니다.처음 보았을 때는 예쁘장하고 다소곳한 이미지라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외질이란 별명이 붙고 나서는 도대체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납니다. 우리반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 14명의 이름을 부르고는 이 선수를 보는 순간 외질이란 두글자만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남동 정다현 선수를 칭찬하려 합니다. 남동은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코치실에서 나와 1층 로비를 지나는데 저희 반 여자들이 다 이상한 망나니 같은 춤을 추고 있습니다. 경동이 그러더군요, 여자애들이 다 외질에게 옮았다구요, 그때부터였을겁니다. 제가 외질을 바보바보라고 부르고 바보바보병을 친구들에게 옮기지 말라고 한 것이요. 엽기사진을 잘 찍어서 이번국토순례 때 그 사진을 몇몇 애들에게 보여줬더니 남동이 안된다며 달려와 그 사진을 보고는 “귀여워”한마디 하고 갑니다. 도대체 뭐가 귀엽다는건지... 그런 남동을 친구들은 그리고 선후배들은 참 좋아라 합니다. 누가 보아도 따뜻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재미난 여고생이지요. 남동은 약속을 잘 지킵니다. 다현이의 대부분의 면이 다 좋지만 딱 2%의 아쉬움이 공부에 대한 욕심이었습니다. 지난번 성적이 많이 떨어져 남동과 상담에서 우려를 비추었더니, “다음엔 꼭 올릴거예요”하더군요. 지켜보았습니다. 올리는지, 덜컥 시험이 끝나고 다시 자기 자리로 점수를 가져다 놓더군요. 방학 중에 유일하게 전화가 와서 국어 공부할 문제집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문제집을 풀기도 했습니다. 뭐 얼마 하다말았지만요. 괜찮습니다. 다시 하면 되지요. 남동은 플래너를 참 잘씁니다. 꼼꼼하고 빼곡이 플래너의 칸들을 알차게 채웁니다. 굿나잇 페이퍼도 꽉 채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비록 70%가 은솔언니 짱 좋다로 채워져 있어도. 플래너를 알차고 꼼꼼이 쓴다는 것에는 변함 없는 사실이지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재미난 장난도 하고, 좋은 성적을 갖고 싶어하며 플래너를 잘 꾸미는 다현이, 다현이의 집중과 초점이 스스로의 일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꾸며가고 사랑해가는 일상속의 특별한 아이 다현이. 이런 다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다현이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