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1,265 0 19-07-08 11:24
서글서글한 미모와 따듯한 마음씨로 우리 반 모든 선수에게 사랑을 받지만
그의 몸에 부딪히기만 하면 모든 것이 박살나 버리는 헐크같은 초강력 통뼈를 가진 선수
오늘은 반전매력을 뽐내는 장은재선수를 칭찬하려 합니다.
은재는 속이 깊고 마음이 따듯합니다.
사실 같은 반이 되기 전까지 은재의 이런 면을 잘 몰랐습니다.
은재는 엉뚱하고 장난꾸러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담임이 되고 보니 은재의 이런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은재와 같이 밥을 먹으면 은재는 꼭 내 자리나 필요한 것들을 챙깁니다.
그리고 뭐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으면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는 은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배려심이 있고 마음이 깊어서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고 먼저 양보를 합니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욕심내어 하고 싶은 일에 먼저 선뜻 나서보는 은재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은재는 정말 잘 먹습니다. 그래서 튼튼합니다.
1학년 때는 잘 몰랐는데 2학년 되면서부터는 코치실 칠판에 은재가 부순 학교물품들이 종종 적혀 있곤 했습니다. 그때는 은재가 장난이 심해서 물건을 거칠게 다루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은재와 같이 생활해 보니 은재는 거친 행동을 한다기보다는 몸이 아이언맨처럼 단단합니다. 그래서 건드리거나 앉기만 해도 물건들이 부서집니다.
은재가 커지기 전까지는 상원이가 레드 강철맨 레전드였는데 이제는 은재가 상원이보다 한수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튼튼한 몸은 그냥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밥을 아주 잘 먹거든요
외동아들이라 편식이 있을 법도 한데 은재는 생채소만 빼고 뭐든지 두 배로 먹습니다.
같이 밥 먹다가 남길 거 같아 은재에게 혹시 먹을래? 하면 절대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뭐든지 잘 먹고 맛있게 먹으니 저는 은재와 같이 밥 먹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은재는 건강한 성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2학년 2학기는 성교육 관련 도서를 선수들에게 빌려주고 그것으로 수업을 이어나갑니다.
보통 책을 싫어하는 선수들도 그 학기에는 아주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독서가들이 되곤 합니다. 잠자는 시간에 숨어서 책을 읽다 코치들에게 걸려 보고가 올라오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우리반 선수들은 작년 성교육 학기에 책읽기가 좀 시들했습니다. 그런 중에 독보적인 1인의 독서가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장은재선수입니다.
은재는 반 아이들 중 최고로 많은 책을 저에게 빌려 읽었는데 그 중 책표지가 찢어지고 책관리를 제대로 안한 것으로 저에게 호된 코칭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작년의 책읽기가 촉발점이 되어 올해 멋진 책 ‘첫 경험’을 출판했습니다.
성에 관한 관심을 책으로 낸다는 용기도 칭찬해줄 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은재의 글에는 건강한 성의식이 잘 살아있어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작가의 글 한 부분은 인용해드립니다.
‘첫경험은 인간으로서의 성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기에 성관계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확률이 높다.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상대와 평소에도 관계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재는 질문이 많고 자기성찰을 잘 합니다.
최근 레아시간에 자신이 꿈꾸는 삶의 모습에 대한 글쓰기를 했는데 은재는 A4용지 한 장 가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이 가득한 것은 생각이 크고 깊어져 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은재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세상에 대한 질문들을 놓지 않고 생각하고 생각하여 깊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또 자기성찰을 잘 하는 점은 은재에게 큰 장점이지만 가끔은 과도하여 은재의 발목을 잡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은재는 단체로 벌을 받고 코치님들께 코칭을 받고 나면 반드시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행동할 때 자신이 한 반응을 들여다봅니다.
그냥 투덜대고 운이 나쁘다고 끝낼 수도 있는 일들도 곰곰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은재입니다. 그래서 더욱 잘 성장해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청소년기에게 주어진 권리는 자기를 탐색하고 방황하고 실수도 해가면서 어떤 모습이 가장 자기다운 모습이고 빛나는 모습인지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은재도 그러했으면 합니다. 실수들을 돌이켜 배우는 것은 정말 멋진 태도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움츠려들고 자기를 부족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더 한 걸음 나아가보고 스스로를 실험해보는 청소년기,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청소년기이기를 응원합니다.
남을 돕기를 좋아하고 배려심이 깊은 은재가 지난 주말에는 힐링캠프 스텝을 다녀왔습니다. 스스로 신청했다기에 속으로 많이 기뻤습니다. 스텝활동을 하고온 느낌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올 여름 초등시골캠프에서도 스텝으로 은재의 매력을 동생들에게 마구 발산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속깊음과 엉뚱함이 공존하는 남자 은재가 우리반이어서 참 든든하고 은재의 담임인 것이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