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548 0 19-06-03 11:40
“아.. 애들이 나한테 저렇게 놀리면 엄청 화나서 며칠간 말 안할 거 같은데”
저는 이 선수를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 반 선수들이 제일 많이 놀려서 그녀의 엄청난 파워주먹에 보복을 당하곤 하지만
또한 제일 많이 의지해서 그녀가 없으면 뭔가 일진행이 잘 안되는 리더의 카리스마를 겸비한 선수
오늘 저는 우리 반 반장을 맡고 있는 제진희 선수를 칭찬하려 합니다.
선수자랑을 받은 선수들을 한명한명 확인해보다가 진희가 아직 칭찬을 받지 못한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묵묵히 자기성장을 해온 진희가 너무나 당연히 칭찬 받았겠거니 해서
눈에 띄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 또 이런 칭찬의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것에 기쁜 마음입니다.
진희는 공신덕후입니다.
보통 이 나이 대의 여선수들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입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진희는 남다릅니다.
어느 날 아이돌을 만나고 온 것 마냥 엄청 상기된 얼굴로 저에게 와서
지난 주말에 공신 강성태의 강의를 제일 앞에서 듣고 왔다며 자랑합니다.
공신의 덕후답게 진희는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화랑반 과제를 해 나가고
수학은 벌써 고2진도를 스스로 돌파해 나가는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수포자인 저로서는 플래너에 수학풀이과정을 자세히 써놓고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해 하는 진희가 정말 신기했고 대단해보였습니다.
점수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즐기는 진희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기특합니다.
진희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반은 반장선거를 할 때만 해도 서로 반장을 하고 싶어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작년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면서 모두 반장을 하면 얼마나 어려울 지가
불을 보듯 뻔히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장추천을 받고 뭔가 서로 미루는 어색한 분위기의 순간에
진희가 스스로 반장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용기있고 멋있게 보였습니다.
반장이 된 이후로도 아침 출근을 하면 플래너가 가지런히 꼬박꼬박 제 책상 위에 올라와 있고
반장으로서 맡은 역할을 꾸준히 실행하는 진희의 모습이 늘 고마웠습니다.
우리반 선수들은 자칭 똥꼬발랄한 개성강한 친구들이어서
그들과 조율하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반에 일이 생기거나 어려울 때도 담임에게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역할을 못했다고 먼저 반성하며 새롭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진희의 리더쉽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반 칠판에는 학급매뉴얼이 만들어져있고
제가 담임파업을 반나절 한 이후로 전보다 훨씬 질서정연하고
서로를 잘 챙기는 반 분위기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전체 학년 중 교실 정리정돈 점수를 매긴다면 우리반이 단연코 1등일 거라 자신하는데
이런 성장의 모습 뒤에는 진희의 리더쉽과 3학년 선수들의 팔로우쉽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책임질 줄 아는 용기와 장난꾸러기 친구들을 받아줄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진희,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애쓰는 성실한 진희,
츤데레같은 공신덕후 진희가 우리반인 것이 참 좋습니다.
남은 임기동안도 환상의 케미로 3학년을 우리학교 최고 행복한 반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