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별
1,196 0 20-12-25 20:56
현대 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아름다운 불빛에 신비한 너의 눈은
잃지 않는 매력에 마음을 뺏긴다오.
한국의 마돈나, 80년대 여자아이돌 원탑이라고 불렸던 가수, 김완선의 ‘리듬속의 그 춤을’이라는 노래의 가사의 한 구절입니다. 1987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33년전에 나온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한국 록 음악의 대부로 잘 알려진 신중현 선생이 작곡한 곡으로 잘 알려져 있고, 댄스곡으로는 드물게 지금까지도 한국 가요역사에서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는 곡이지요. 선수자랑을 시작하면서 이 노래를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오늘 자랑할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저의 시방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가사이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몇 번을 다시 들어보며 생각해봐도 정말 위 노래가사가 정말 잘 들어맞는군요. 이렇게 오늘은 레드 5학년에서 최고의 리더마인드를 가진 두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이 두 선수를 보면 공통적으로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댄싱퀸’입니다. 제가 아는 내에서는 지난 해 레드 졸업생 신수경 창업선수부터 시작해서, 현재 레드 4학년 정현정 선수, 레드 2학년 김아인 선수 등 각 학년별로 댄싱퀸의 계보를 잇는 여선수들이 하나씩 있어왔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레드 5학년에서는 누가 더 댄싱퀸이냐고 묻는다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찌했든 둘 다 댄싱퀸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You’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1970년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혼성그룹이었던 아바의 노래말에서 그러했던 것과 같이, 이 만 열일곱의 소녀들은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해보이고, 즐거워 보이고, 또 아름다워 보입니다. 무가탈 1층 홀에서 후배들과 함께 연습할 때나, 그 외 댄스파티나 여러 행사 때 무대에 올랐던 모습들을 기억해 떠올려보면 그렇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를 때의 모습은 마치 좌청룡 우백호라고 표현하는 것이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아름답지만 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 보는 이들의 매력을 사로잡는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저는 작년 가을의 인삼축제 때 그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요.
두 번째 키워드, 리더쉽입니다. 두 사람은 선수촌 층장을 경험해 본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감선생님들은 신입선수가 들어왔을 때 가장 믿고 배정해주는 방이 바로 이 두 선수가 있는 방이라고 합니다. 리더 학년으로서 신입선수들을 잘 챙겨주고 그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입 여선수들은 예년보다도 레드에 정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분명히 두 사람의 가장 큰 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레티튜드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5학년은 레티튜드를 잘 실천하려고 늘 노력하는 학급입니다만, 두 선수는 그야말로 레티튜드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10개의 레티튜드 중 어느 것 하나도 전혀 처지지 않고 잘 하지만, 두 친구들에게 가장 탁월한 세가지라 하면 웃는 얼굴, 잘 듣고, 잘 보고가 아닐까 합니다. 이 두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함께 대화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정말 잘 듣고, 잘 보고 합니다. 잘 듣고 잘 보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자세이기에 레티튜드에서도 각각 1번과 2번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둘 다 지력 최우수상도 받았고, 선수들의 지지를 받아 선대도 맡아서 학교의 살림꾼역할을 하였습니다. 선대를 맡아서 레드선수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겪었을 시련과 어려움, 그로 인해 뒤에서 흘렸을 수많은 눈물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절대로 헛되고 의미 없는 눈물이 아니라, 우리학교가 더 좋은 학교가 되도록 하는 씨앗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레알레드의 활동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리더마인드를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물론 두 선수에게 공통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개성과 장점도 서로 참 또렷하지요. 한 친구는 자기주장이 또렷하고 발표를 참 잘 합니다. 지난 해 성인식 1부 행사 마지막 발표의 꿈 연설을 하면서 약자를 위한 삶을 살고, 정의로움을 쫒아가며 살겠다고 선언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때까지 고등학생이 그렇게 힘 있고 강단 있게 스피치를 하는 걸 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이걸 회상해보니, 마치 세일러문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악당을 물리치는 바로 그 세일러문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종종 여자체육에이스라고 불립니다. 저는 운동회 때마다 여자피구시간이 참 많이 기다려집니다. How many kills will she..?라는 질문을 속으로 해보면서요. 이 친구가 시전 하는 불꽃 슛이 참 멋지거든요. 이번 학기 운동회가 불꽃 슛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니 아쉬운 마음도 올라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칭찬거리들과 자랑거리들이 참 많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전부 하자면 한 시간동안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제가 자랑한 두 친구들.. 누구일까요? 사실 레드에서 우리 두 선수의 존재는 너무나도 또렷하고 강렬해서, 선수소개를 하는 내내 누구에 대한 이야기일지 충분히 다 예상했을 것 같네요. 세일러문이 아닌 세일러 김채원 선수와 피구왕 통키가 아닌 피구여왕 안소진 선수입니다. 이 두 사람 모두 학교를 위해, 학급을 위해, 선수회를 위해서 늘 희생하고 봉사하기에 우리 학교가 조금씩 좋은 학교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둘 다 전임 선수대표들로서 솔선수범하며 흘린 땀의 씨앗은 분명히 우리 레드가 더 좋은 학교가 되는데 좋은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김채원 선수의 자는 ‘羅海(라해)’입니다. 그리고 안소진 선수의 자는 ‘餘海(여해)’입니다. ‘羅’는 ‘펼치다’, ‘餘’는 ‘넉넉하다, 여유롭다’의 뜻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羅海’는 드넓은 바다로 자신의 뜻을 펼쳐나가라는 의미, ‘餘海’는 넓디넓은 바다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지고 세상을 넉넉히 품으라는 의미인 줄로 압니다. 우리 두 선수들, 더 나아가 우리 레드 선수들은 레드스쿨이라는 무대에서,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라는 더욱 더 큰 무대에서 각자 자신들의 꿈과 이상을 넉넉히 품고 높이 펼쳐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마치 가수 김완선이 당대의 최고의 여가수로서 무대에서 자신을 펼쳐보이며 ‘댄싱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 같이 말입니다.
다시 노래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리듬을 춰줘요... 가수 김완선이 이 곡으로 인해 단지 유망한 신인 여가수에서, 그 시절의 무대를 주름잡은 당대의 최고 가수가 된 데에는 신중현이라는 거장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국내 음악평론가들의 한결같은 평입니다. 이 거장의 한 곡이 가수 김완선에게는 시대의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게 해 준 ‘큰 날개’였지요.
한 음악평론가는 신중현 선생의 은퇴 후,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남긴 바 있습니다.
뮤지션 신중현은 흔히 대중들이 말하는 그런 ‘인기스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 스타들은 인기가 시들어 떠나갔고 그들의 노래는 대중들에게 아득히 잊히게 되었다. 하지만 신중현과 그의 음악만큼은 지금까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속에 남았다. 우리의 거인은 은퇴했지만 그의 기타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마지막으로 저의 마음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신중현 선생의 존재가 가수 김완선을 단순한 인기가수를 넘어 시대의 아티스트로 만들었듯이, 저도 신중현 선생님처럼 제가 레드에 있음으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자신들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켜 줄 날개를 마련해 주고, 그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그런 교사가 되려 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먼 훗날까지도 우리 레드선수들의 가슴속에서 잠들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을 진정성 있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도 또한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