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547 0 19-11-25 09:50
5학년 선수를 자랑합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지나가고 오늘로서 5학년 자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을 맞았네요.
아직 자랑하지 못한 선수가 창영, 재준, 상원, 태호로 4명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남은 4명의 선수 자랑을 모두 해보려 합니다.
먼저, 이 선수는 요즘 필준 선수와 함께 서로 금연송을 불러주는 사이가 됐는데요... 같은 이유, 다른 시기에 블랙에서 30일간 있으며 곱게 길러온 앞머리를 중간가르마로 나누어 휘날리고 다니는 중입니다. 나름 잘 어울리긴 하는데, 이미 자기가 미소년인 줄 알고 한껏 미소를 뿜으며 다니는 이 선수에게 굳이 잘났다고 칭찬해 주지는 않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칭찬을 해봅니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듯 운동을 좋아하는 잘난 미소년 창영아, 점점 철들어가는 네 모습이 코치가 볼 때는 더 예쁘다. 그리고 주변도 살피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가는 네 모습이 훨씬 더 멋있다. 한 번 믿음과 사랑을 주면, 그것을 알고 배신하지 않고 잘 자라려는 네 정직한 마음과 의지가 보여 코치는 그런 네 모습이 참 좋다.
그리고 두 번째의 이 선수는 말보다는 글을 잘 씁니다. 말을 해야 할 때는 오히려 침묵하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오히려 싫어 싫어 싫어...라는 등의 반복적인 말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중간을 잘라 앞 뒤만 얘기해서 오해를 살 때도 많고, 말이 길어지면 스스로 정리가 안되서 헤메일 때도 많아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는 말할 때와 글을 쓸 때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글은 좀 더 논리적이고 중간을 잘라먹지 않습니다. 표현이 서툴다 뿐이지, 많이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많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해도 참 티가나게 해서 잘못을 시인하는 것 만큼이나 뻔히 보이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순수한 영혼, 재준아, 1년동안 숱한 잔소리에도 굳건히 견디며, 비록 한귀로 듣고 한귀로는 흘렸을지라도 웃으며 다가와줘서 고맙다. 작은 일에는 항상 툴툴대지만, 오히려 큰 일에는 스스로 희생아닌 희생을 하고, ‘그럴 수 있지’라는 대인배 같은 마음으로 후배들과 동기들을 품어준 것을 알고 있다. 네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재준이가 ‘싫어싫어’ 병이 의심된다면, 이 선수는 ‘귀찮아 귀찮아’ 병이 의심되는 선수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레드살이를 시작했다는 현존 최장의 레드인이 아닐까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레드의 행사 어디에나 있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컴퓨터 작업을 하든, 음향 작업을 하든 말이죠... 일을 맡으면 책임감이 강하여 항상 마음에서 놓지 못하기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일을 많이 맡는 것을 꺼려하죠. 그래서 언제부턴가 ‘귀찮아 귀찮아...’를 연발하며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드 장수생 상원아, 레드라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적부터 적응해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때론 닳고 닳은 아저씨처럼 눈치가 갑인 네 모습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느덧 그 세월을 등지고 선배로서 역할을 해내려고 책임지는 네 모습이 대견하다. 선대로서 정석의 삶이 있을까? 지금처럼, 조금씩 네 속도대로, 네 방식대로 힘을 내어 함께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이 선수는... 5학년 선수들과 담임인 저의 1년을 너무 다이나믹하게 만들어준 선수입니다. 예외적으로 고2에 입학한 이 선수는 4월부터 그 존재를 강하게 어필하여 저와 엄청난 기싸움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17년의 갈고 닦인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어쩌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일지도 모르는 과정 속에서 홍역을 치르는 중이라, 레드에서 있었던 시간보다 그린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은 투쟁속의 선수입니다. 거친 표현 속에 숨겨진 태호의 자아는 상처를 잘 입고, 사람을 좋아하고, 싱거운 농담을 좋아하고 환타지 만화나 소설을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입니다. 때론 끊임없는 수다를 떨면서 기꺼이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방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는 다정함이 있습니다. 극단의 기로에 선 태호야, 누구보다도 네 자신을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는 태호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1년 동안 5학년들과 함께 한 시간은 참 역동적이었고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도 많았고, 그러기에 쌓인 사연도 많았고 추억도 많았습니다. 선수들보다 신입이라 모르는 것이 많아서 항상 무슨 질문에도 ‘몰라, 알아볼게’가 저의 답이었고 5학년들은 참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내었습니다. 때론 감싸 안아줘야 할 때 몰라서 혼내기도 했고 오히려 진심으로 혼내야 할 때는 게을러서 넘어간 일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부족해도 담임이라고 가슴을 풀어헤치고 저돌적으로 다가와준 5학년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1년동안 너희들 덕분에 행복했다. 고맙다 5학년들아.